[스타일/공예]눈으로 맛보는 초콜릿

  • 입력 2003년 2월 13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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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미 교수가 자신이 만든 초콜릿 공예품들 사이에서 포즈를 취했다. 초콜릿 공예품의 수명은 1년 가량이며 적정 보관 온도는 15∼18도.

김성미 교수가 자신이 만든 초콜릿 공예품들 사이에서 포즈를 취했다. 초콜릿 공예품의 수명은 1년 가량이며 적정 보관 온도는 15∼18도.

김성미 수원여대 교수(36·제과제빵과)는 초콜릿을 만들어주는 여자다. 불어로는 ‘쇼콜라티에(chocolatier)’, 초콜릿 만드는 사람이나 제조업체를 뜻한다.

김 교수는 ‘먹는’ 초콜릿보다 ‘보는’ 초콜릿을 만든다. 초콜릿으로 보석함도 만들고 화환도 만들고 진짜 시계침이 돌아가는 시계도 만든다. 지난해 3월에는 외동딸(7)에게 딸을 닮은 인형 얼굴을 생일 선물로 만들어 주었다. 1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초콜릿 인형은 딸아이가 뜯어먹어 듬성듬성하게 된 머리카락 빼고는 녹지 않고 그대로 남아 거실 분위기를 띄워준다.

김 교수는 밸런타인 데이를 맞아 14일까지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초콜릿 공예전을 갖는다. 평소에도 특별한 선물용품을 찾는 사람들이 알음알음 찾아와 초콜릿 작품 제작을 청한다. 가격은 작품당 20만∼80만원선.

재료는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가 43% 이상 함유된 초콜릿 덩어리. 딱딱한 초콜릿 덩어리를 녹여 원하는 모양의 틀에 부어 굳혀 떼낸 뒤 모양을 내고 초콜릿 성분의 광택제를 바르는데 짧게 잡으면 3일 정도 걸린다.

초콜릿 공예는 초콜릿을 녹일 때 템퍼링(tempering)이라고 하는 온도 맞추기가 관건이다. 먹는 초콜릿은 녹인 뒤 틀에 부어 굳히면 끝이다. 하지만 공예품은 카카오에 함유된 버터를 이용해 가장 아름다운 상태의 광택을 내기 위해 온도를 3단계로 맞춰야 한다. 50도가 될 때까지 녹인 뒤 27도로 떨어뜨렸다가 다시 32도로 올려 틀에 부어 굳힌다.

김 교수가 만든 초콜릿 보석함. 몸체는 다크 초콜릿, 뚜껑 위의 장식품은 화이트 초콜릿에 식용 색소를 넣어 만들었다.

쇼콜라티에는 온도계보다 자신의 혀를 신뢰한다. 김 교수는 강의 시간에 “초콜릿을 주걱에 묻혀 혀 밑에 대보고 약간 뜨거우면 50도, 미적지근하면 27도, 뜨뜻미지근하면 32도”라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영국 런던의 르 코르동 블루 1년 과정을 끝내고도 한달쯤 지난 뒤에야 템퍼링에 자신이 붙었다.

“런던의 르 코르동 블루는 영국 왕실의 만찬을 준비하는 곳입니다. 줄리 왈시라는 강사가 왕실에서 만찬이 있을 때 초콜릿 케이크를 만들었는데 저도 조교로 거들었지요. 영국 여왕의 모후인 퀸 마더의 생일 때는 5층짜리 초콜릿 케이크를 만들었습니다. 가격이 1만파운드(약 2000만원)였어요.”

김 교수는 명절 때면 먹을 수 있는 초콜릿도 만들어 친지들에게 대접하고 제사상에도 올린다. 고급 초콜릿은 모든 냄새를 다 빨아들이기 때문에 후식으로 먹기에 좋다. 올해 안으로 서울 강남에 수제 초콜릿 전문점을 내 친지들끼리 맛있게 나눠 먹던 초콜릿 맛을 선보일 계획이다.

글〓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사진〓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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