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떻게 지내세요]증권계 은퇴 6년 심근섭씨

  • 입력 2003년 2월 9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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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애널리스트의 산 증인’, ‘족집게’, ‘심 도사’….

1976년 대우증권에 입사, 20년 동안 상당히 정확한 시황예측으로 이름을 날렸던 심근섭(沈根燮·63) 전 대우경제연구소 전무. 그는 국내 증권사 리서치의 체계를 세웠다는 평을 듣는다. 또 전 동부투신운용 강희 대표,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 등을 키우기도 했다.

▽은퇴 후에도 10시 출근, 5시 퇴근=심 전 전무를 만나기 위해 최근 서울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을 찾았다. 면바지와 티셔츠에 단화, 두툼한 점퍼를 걸친 심 전 전무는 97년2월 은퇴한 뒤 매일같이 이 곳에 ‘출근’한다. 서울대 상대를 마치고 미국에서 박사과정까지 마친 터에 아직도 공부할 게 남았을까.

“본래 역사와 철학에 관심이 많았지요. 처음엔 37권짜리 미술사 전집을 읽었어요. 인도처럼 우리에겐 생소한 나라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도 매력적이잖아요?”

요즘엔 경제 관련 신간(新刊)을 읽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화려한 시절의 막 내림=서울 여의도 증권가의 후배들은 “우리는 심 전 전무를 직장상사라기보다는 스승으로 생각했다”며 “뛰어난 분석과 예측, 성실함은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신성호 이사가 들려준 짤막한 일화. “78년8월 액면가 500원짜리 건설주가 1만원대에 이르자 곧 액면가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고 그대로 들어맞았습니다. 해외 잡지 등을 꾸준히 읽으면서 세계경제가 곧 후퇴할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한 것이지요.” 까마득한 막둥이였던

대우증권 전병서 리서치본부장에겐 강직한 선배로도 기억된다.

“88년 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자 모두가 강세장을 예상했어요. 그때 심 선배는 주보(週報)에 ‘증시는 끝났다, 수년 내에 반토막이 날 것’이라고 썼지요. 경기 과열로 정부가 곧 긴축정책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내다본 것이지요. 사장의 불호령으로 지점과 기관에 배포됐던 2만부의 주보를 회수하는 해프닝도 벌어졌지만결국 ‘예언’은 적중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신화’는 아쉽게도 95년 막을 내렸다. 기업실적의 개선에 희망을 걸고 “몇년 안에 종합주가지수가 2000∼3000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주가는 곤두박질했고 97년 사직하고 만 것.

▽새로운 시작=아직도 적지 않은 후배들이 ‘함께 일하자’며 찾아오지만 그의 답변은 항상 “4년 뒤에 생각해보자”다. 아직은 그간 못했던 공부의 재미를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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