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양의 '대인관계 성공학']미워 미워

  • 입력 2003년 2월 6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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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순
상품기획자로 일하는 30대 중반의 강모씨. 신입사원들이 팀에 새로 배정될 때마다 때때로 그 중 한 사람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거의 미워한다고 하는 편이 옳았다. 그때마다 상대방은 대부분 영문도 모른 채 일방적으로 당하는 형국이었다.

그가 특별히 가학적이거나 남에게 상처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어서가 아니었다. 자기도 모르게 거의 무의식적으로 미운 사람이 생겼다. 그렇게 찍힌 신입직원에겐 교묘하게 불이익을 주었다. 아이디어 회의 때 발표할 기회를 안 준다거나, 썩 괜찮은 아이디어를 내도 일부러 깔아뭉갠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것 때문에 결국 사원들 사이에 말이 많아졌다. 담당 임원한테 불려가 추궁을 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저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내가 성격이 나쁘고 꼬여서 일부러 그랬다고 믿는 눈치인데, 정말이지 의식해서 그런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저도 모르게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친구가 꼭 눈에 띄는 걸 어떡합니까?”

그의 하소연이었다. 그와 얘기를 나누는 중에 신입사원 시절, 그 역시 똑같은 불이익을 당한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머리도 뛰어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도 풍부한 그였지만, 어딘지 어수룩해서 선배들이나 상사의 눈에 들지 못했던 것이다.

“주눅이 들었다고 할까요. 늘 뚱해 있었는데 아마도 상사는 그런 제가 싫었던 모양입니다. 그 탓에 상처도 많이 받았습니다. 저만 쏙 빼놓고 술자리를 갖는 건 예사였으니까요.”

그런데 이젠 자신이 그 상사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그는 신입사원 시절의 자기 모습을 연상케 하는 상대방에게 특별히 가혹했다.

어수룩하고 뚱한 친구를 보면 그의 무의식 속에서 예전의 상처가 되살아났다. 그러면 자기도 모르게 그에게 싫은 감정을 품게 되고, 배타적이 되어갔다. 그런데 그동안은 미처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그의 경우에서 보듯이 우리가 어떤 특정한 행동을 할 때 그 배후에는 대개 무의식적인 동기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굳어지면 노이로제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가능한 한, 자주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유연한 사고를 갖도록 애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www.mind-op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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