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아노名人 산실' 코모 아카데미를 찾아

  • 입력 2003년 2월 4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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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 인접한 이탈리아 북부의 코모(Como) 호반은 산과 푸른 호수가 어우러진 절경과 온화한 날씨 덕분에 유럽의 부호들이 앞다퉈 별장을 소유하는 일급 휴양지로 꼽힌다. 이 호반 리조트에 만 10년째 실력과 열정을 갖춘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모여들고 있다. 세계적인 콩쿠르 상위 입상자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훈련과 레슨을 실시하는 코모 피아노 아카데미(Academia Internationale del Pianoforte-Lago di Como)가 1993년 설립 이후 세계적 대가들을 교수진으로 영입하면서 피아니스트의 ‘꿈의 명가’로 떠오르고 있는 것.

1월31일 코모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밀라노에서는 이 아카데미가 그동안의 활동내력과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현역 세계 최고의 피아노 거장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원장으로 전격 영입돼 앞으로의 운영계획을 밝히는 자리로 기대를 모았으나 아르헤리치는 이날 ‘오빠의 갑작스런 부고로 참석하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창립 이후 예술감독으로 재직 중인 미국 출신의 세계적 피아노 교육가 윌리엄 그랜트 나보레를 비롯한 아홉 명의 운영진이 현황과 계획을 공개했다. 이탈리아 부조니콩쿠르 등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해온 피아니스트 김미경씨도 행정부원장 기젤라 벨레기와 함께 신임 부원장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했다.

나보레 예술감독은 “지난해 법인화 및 아르헤리치 원장의 영입을 계기로 지역과 경제계의 관심과 협력을 이끌어내고자 한다”고 솔직히 밝히는 한편 올해 활동하게 될 교수진의 명단과 마스터클래스(집중적 레슨코스)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

빌라와 호텔이 산재한 코모 호반. 코모 피아노 아카데미는 이런 빌라와 호텔들의 사교공간을 연습실로 활용하고 있다. 아래는 밀라노에서 기자간담회를 여는 예술감독 윌리엄 그랜트 나보레(가운데)와 부원장 김미경씨(왼쪽에서 두번째)등 운영진.밀라노(이탈리아)=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올해 활동예정인 교수진은 보자르 트리오의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메나헴 프레슬러, 가곡 반주자 겸 음악학자로 세계 제1의 명성을 보유하고 있는 그레이엄 존슨, 스페인의 전설적인 여성 피아니스트 알리시아 데 라로차, 1급의 독주자인 레온 플라이셔, 안드레아스 슈타이어, 푸총 등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피아노 명망가’들.

이런 최고의 교수진을 갖춘 코모 아카데미가 배출한 졸업생은 놀랍게도 10년 동안 50여명에 불과하다. 졸업생 중에는 콘스탄틴 리프슈니츠 등 세계적 독주자와 블라디미르 미슈크(상트페테르부르크 음대) 니콜라스 앙겔리치(파리고등음악원) 등 세계 유수 음악기관의 최연소 교수들이 포함돼있다. 우리나라의 백혜선(서울대 교수) 박종화씨 등도 이 아카데미가 배출한 얼굴들. 매년 국제콩쿠르에서 상위 입상한 400여명의 피아니스트가 원서를 제출하므로 경쟁률은 100 대 1에 가깝다.

기자회견이 열린 다음날 나보레 예술감독은 코모 호반에 위치한 아카데미로 기자를 초대했다. 독립시설은 자그마한 법인 건물뿐, 지역에 산재한 빌라 및 호텔의 호화롭고 아늑한 실내공간들이 그대로 연습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나보레 예술감독은 “코모 아카데미는 아르투르 슈나벨로 대표되는 20세기 초중반 유럽 중부권의 자랑스런 피아노 교육 전통을 자랑스럽게 잇고 있다”며 “콩쿠르를 통해 기술적 검증을 통과한 젊은 연주자들이 이 아카데미에서 세계적 명인들의 지도 아래 예술적 역량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피아노업체 ‘가와이’와 코모 지역정부의 후원이 아카데미의 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미경 신임 부원장은 “그동안 콩쿠르 심사를 통해 익힌 세계적 피아노 명인들과의 친분 및 음악교육학적 지식을 이 아카데미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밀라노(이탈리아)=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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