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창의력올림피아드 "아이디어 합치니 '작품'이 됐어요"

  • 입력 2003년 1월 21일 16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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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연결구조물’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는 ‘날아라’팀 엄마와 아이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희숙 김병호 이미화 김재경 김은주 유지민 조숙자 임연숙씨,정남원 전우석 심기백 김시온 정소원 이혜민.권주훈기자
‘창의적 연결구조물’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는 ‘날아라’팀 엄마와 아이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희숙 김병호 이미화 김재경 김은주 유지민 조숙자 임연숙씨,정남원 전우석 심기백 김시온 정소원 이혜민.권주훈기자
《이웃과 담을 쌓고 사는 서울생활이지만 서초구 양재동 언남중학교 건너편 주민들은 벌써 3개월이 넘도록 일요일이면 유지민(포이초등 4년)네 지하실에서 나오는 뚝딱거리는 소리를 들었을 법하다.

어디서 오는지 대여섯가족이 어김없이 차를 주위에 세워 두었고 겨울방학이 시작되자 매일같이 몰려와 오후 내내 지하실에서 머물다 돌아갔다. “대회를 앞두고 좁은 공간에서 복작거리다보니 여섯가족이 한가족처럼 가까워졌어요.” 지민이 엄마 김은주씨(37)는 그 많은 뒤치다꺼리에도 뭐가 그리 즐거운 지 다른 엄마들과 함께 아이들 간식을 준비하며 싱글벙글했다.

아이들은 10일과 11일 이틀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전국 학생 창의력올림피아드’의 ‘창조적 연결구조물’ 부문 금상 수상자들. 특허청과 삼성전자가 주최한 이 대회에서 아이들은 예선을 통과한 다른 84개 팀과 창의력을 겨뤘다.

이 팀이 만들어진 것은 바로 대회의 장기과제가 발표된 10월 초. 2000년부터 모형항공기 대회 수상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하늘사랑’동호회에 각종 과학경진대회에서 안면을 익힌 엄마와 아이들이 합류해 여섯가족 7명의 ‘날아라’팀이 만들어졌다. 장기과제 중 한 부문이 ‘창조적 연결구조물’. 나무만을 이용해 구조물을 만들되 바벨을 올려 놓아도 지탱할 수 있어야 한다. 바벨은 최대 454㎏을 올려 놓을 수 있지만 구조물의 무게를 최소화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과제. 3개월간 발사목을 쌓고 부수는 작업이 계속됐다. 아이들은 나무를 끼어 맞추기도 하고 원통으로 기둥을 세워보기도 했다. 매번 무게를 재고 쌓고 바벨을 올려놓고 다시 무게를 재고 쌓았다. 때로 ‘구조물’은 쓰러지기도 하고 주저 앉기도 했다.》

●관심없던 연극도 새롭게 체험

다시 판자를 양쪽에 대 힘을 보탰다. 대회에서는 장기과제뿐 아니라 장기자랑 점수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창의력은 과학뿐 아니라 음악 미술 컴퓨터 연극에서도 발휘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 팀장인 정남원(신림초 5년)과 힘이 센 심기백(신남성초 4년)이 아이들 모두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현장에서 구조물을 만들기로 했고 그동안 나머지 다섯명은 ‘미래의 병원’을 상상해 연극을 하기로 했다. 누구보다도 구조물의 투시도를 정확히 그릴 줄 아는 전우석(포이초 4년)은 구조물 만들기에 직접 참여하고 싶었지만 연극에도 사람이 필요했다.

삼성전자와 특허청 주최로 10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전국학생 창의력 올림피아드’에서 참가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에어로켓이 강한 속도로 발사대를 떠나고 있다. 변영욱기자

“연극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대회에서 역할분담에 따라 연극을 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목소리도 기어들어가고 힘들어 했어요. 친구들과 부대끼면서 팀워크가 무엇인지 깨달은 것 같습니다.”

임연숙씨(37·서초구 양재동)는 외동인 우석이에게 이번 대회가 큰 경험이 됐다고 설명했다.

피아노에 소질이 있는 김시온(인천 대정초 4년)은 연극의 음악을 담당했다. 페트병을 두드려 난타를 공연했다. 시온이 엄마 이미화씨(39·부평구 산곡동)는 “다섯살때부터 피아노를 쳐온 시온이에게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경험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혜민(포이초 5년)은 종이접기와 과학을 좋아한다. 혜민이 엄마 김희숙씨(37·서초구 양재동)는 “처음에는 뭐가 중요하고 뭐가 중요하지 않은지 많이 따졌다. 그러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중에는 쓰레기 치우기까지 역할분담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한번 책에 몰두하면 두세시간 움직이지 않는다는 유지민은 연극대사를 꾸미는 데 능력을 발휘했다.

첫째날 장기과제 ‘창의적 연결구조물’ 부문에 이들은 바벨 380㎏를 올려놓았다. 구조물의 무게는 19.21g이었고 효율성에서 1위를 차지했다.

둘째날 현장과제는 전동차만들기. 동물모형의 전동차를 만들어 빨리 코스를 통과시켜 전동차 앞에 붙은 이쑤시개로 풍선을 떠뜨리는 시합.

아크릴판을 자르는 것은 기백이가 담당했다. 그냥 자르는 것이 아니라 코스를 잘 통과하도록 다리와 몸통의 두께 각도를 잘 조절해야 했다. 남원이와 우석이는 전선을 연결했다. 지민이가 진동차를 풍뎅이로 꾸몄고 남원이 동생 소원이(신림초 3년)가 강아지와 토끼모형으로 만들었다. 캐릭터를 잘 그리는 소원이의 꿈은 화가.

●역할 나누며 협동심도 키워

세시간 동안 만들기에 열중하던 아이들은 시연을 위해 코스에 전동차를 올려 놓았다. 코스를 다 돌지 못하고 주저앉거나 코너에서 윙윙 소리만 내는 전동차들도 많았다.

“와!” 주위에 있던 다른 학부모들도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날아라’팀의 전동차가 가장 먼저 풍선을 터뜨렸다. 남원이는 “움직이지 않으면 어쩌나 떨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남원이 엄마 조숙자씨(38·관악구 신림동)는 “남원이가 어렸을 때부터 접고 오리고 붙이는 데 흠뻑 빠져들었던 것이 생각하는 힘을 길러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백이 엄마 김재경씨(42·동작구 사당동)는 “기백이 역시 어렸을 때부터 만들기를 좋아해 아예 만들기 재료를 넣어두는 바구니를 마련해 주었다. 대여섯살부터 혼자 책 보고 이틀에 한개씩은 만들고 부수고 했다”고 소개했다.

“아이들이 개개인의 창의력도 중요하지만 그 힘이 모였을 때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5월 미국에서 개최되는 세계창의력대회(DINI대회)에 참가할 준비를 해야지요. 창의력은 갑자기 어디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생각하고 만들고 다시 생각하면서 길러진다고 생각합니다.”(김은주씨)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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