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화가'의 바위같은 예술혼…문화일보갤러리 하동균회고전

  • 입력 2003년 1월 14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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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균 작 ‘꿈꾸는 시냇가에서’. 전반적으로 어두운 톤에 바위가 무게감을 더하고 있지만 물고기들의 유연한 몸놀림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하동균 작 ‘꿈꾸는 시냇가에서’. 전반적으로 어두운 톤에 바위가 무게감을 더하고 있지만 물고기들의 유연한 몸놀림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빠른 세상에서 신념을 지키고 산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러나 예술가의 길은 언제나 그런 외로움의 고행을 자초하는 길이다. 남과 다른 작업을 통해 창작하는 일을 윤리로 하는 진정한 예술가에겐 시류에 휩쓸리지도, 인기에 영합하지도 않는 외로운 싸움을 통해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화가 하동균(61) 작품에선 그런 고독한 예술가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의 색채는 어둡고 무겁다. 화면의 색채는 적어도 몇십년 세월의 때가 묻어 변색의 과정을 거친 듯해 방금 붓을 놓은 그림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의 그림의 단골소재는 바위. 세상은 온통 꽃과 새와 나무와 구름과 하늘과 물 등 아름다운 소재로 넘쳐나건만 왜 하필 바위일까.

평론가 신항섭씨는 “스스로의 무게 때문에 처음에 놓인 그대로 한 곳에만 눌러 사는 바위의 한결같은 모습때문인지 아니면 바위에 기생하는 바위꽃에 대한 관심인지 그런 것은 상관없다”며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만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작가의 고집을 느끼면 된다”고 소개했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세상을 고뇌의 바다로만 여기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작가는 무뚝뚝한 바위에만 시선을 고정시킨 것이 아니라 바위 옆 꽃 물고기 풀들을 놓치지 않고 묘사하고 있다. 무생물인 바위와 그옆에서 생기를 뽐내고 있는 꽃 물고기 풀들을 통해 삶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금 암투병중이다. 국립암센터 2층에 20여점 남짓한 자신의 그림들을 벗삼아 일상을 보내고 있다. 17일 문화일보갤러리에서는 제자들이 마련한 그의 회고전이 개막된다. 1972년 수도여자사범대부속중학교를 졸업한 동창 30여명이 스승에게 드리는 선물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는 방법을 가르친 한 스승의 발자취를 느껴볼 수 있는 이 전시는 30일까지 열린다. 02-3701-5760.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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