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부엌]북구의 自然美 스웨덴 부엌

  • 입력 2002년 11월 21일 16시 56분


요즘 스웨덴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주방의 전형적인 모델./자료제공 월간지 허스 앤드 헴
요즘 스웨덴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주방의 전형적인 모델./자료제공 월간지 허스 앤드 헴
스웨덴 사람에게 부엌은 단순히 음식을 만들어 먹는 곳이 아니다. 하루 종일 흩어져 일이나 공부를 하던 가족이 저녁이면 모여서 서로의 일과를 공유하는 ‘회합’의 장소다. 때로 친지나 친구를 불러들이는 ‘사회화’의 공간이기도 하다.

“주방의 역할에서 음식 만드는 기능은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감수성을 채워주는 것”이라는 게 스웨덴의 대표적 가전회사 일렉트로룩스 그룹의 디자이너 로베르토 페체타의 말이다.

스웨덴의 부엌과 식당에서는 튀는 것이 별로 없다. 벽면을 크게 메운 수납장 속에 가스오븐레인지와 냉장고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정수기 커피메이커 등이 조화롭게 배치돼 있다. 수납장과 가전기기, 식탁의 색상이 일치되는 것은 물론이고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도 수납장 문을 열어야 들여다보이도록 감춰져 있다.

감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웨덴에서는 나무 투명유리 대리석 등 자연적인 소재를 동원한 가전이 인기다. 나무가 많은 스웨덴의 자연 특성상 집안 인테리어가 주로 자연 소재로 이뤄진 것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다. 냉장고 손잡이를 나무로 처리하거나 싱크대의 볼부분을 투명 플라스틱으로 만들기도 한다.

때로 스테인리스 스틸이 소재로 활용되기도 하는데 이는 ‘요리 전문가’라는 느낌을 중시하는 층을 공략하기 위한 것. 최근 취미로 요리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인체공학을 중시하는 것도 스웨덴 부엌의 또 다른 특징이다. 일하는 사람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해 활동성을 높였다. 예를 들어 냉장고에 굽은 일자형 손잡이를 달아 손에 음식이 묻은 주부가 새끼손가락만을 이용해서도 손쉽게 문을 열 수 있게 한 제품이 각광받는다. 팔과 손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을 고려한 디자인이기도 하다.

냉장고는 주로 위칸이 냉장실, 아래칸이 서랍식 냉동실로 돼있다. 서랍 냉동고마다 온도가 달라 생선, 고기, 아이스크림 등을 따로 보관하게 돼 있다. 문이 닫히는 부분에 캔 제품이 들어가도록 문짝 안쪽에 동그란 구멍이 뚫려있는 공간절약형도 있다.

진공청소기는 침대 밑을 쉽게 청소하도록 대가 구부러진 유선형으로 된 제품이 인기를 끈다.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드럼세탁기도 허리를 덜 구부리도록 앞면이 사선형으로 된 제품이 나와 있다. 내년쯤 선보일 네트워크 가전도 인터넷으로 냉장고, 세탁기, 가스오븐레인지,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이 한꺼번에 연결되지만 조작은 리모컨으로 손쉽게 하게 했다.

주방기기 속에 기술력은 최대한 들어가면서 조작은 단순화되는 것. 스웨덴 주방이 발달해가는 방향이다.

스톡홀름〓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세계적인 추세가 그러하듯 스웨덴에서도 빌트인 가전이 강세를 떨치고 있다. 최근에는 빌트인 가전도 건설 또는 인테리어 회사에서 제공한 제품을 일괄적으로 쓰지 않고 소비자가 맞춤형으로 주문하는 추세다.

●20대 초반 독립가구를 위한 주방

스웨덴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8∼20세면 부모로부터 독립한다. 이 때 필요한 주방가구는 ‘이동하기 편리하고 디자인은 뛰어난’ 제품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식기 수납기는 필요할 때 쉽게 이동하도록 바퀴를 달아뒀다. 싱크대도 한 칸뿐이다. 이들은 보통 빌린 집에서 살기 때문에 자주 이사를 다녀야 한다. 이동하기 편리하도록 된 제품이 많다. 냉장고는 어른 허리높이까지만 올라오는 미니형이다. 라이프 스타일상 1주일에 많아야 두어 번 식사를 차려먹기 때문에 음식을 보관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음료수나 과일을 저장하기 위해 냉장고가 필요하기 때문.

●고급가전 소비자를 위한 주방

자기과시를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고급스러운 주방. 흰색과 은색으로 주방을 꾸며 세련되고 독창적인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스테인리스스틸로 된 반들반들한 냄비의 느낌을 냉장고에도 그대로 옮겨 놓았다. 한국에서도 일반화된 양문형 냉장고의 문이 네 짝인 것이 눈에 띈다.

●마돈나가 주문한 주방

디자인을 극도로 간소화해 미니멀리즘의 극치인 주방. 조리하는 부분, 식기 수납공간, 냉장고의 3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식기세척기와 오븐이 하나로 결합돼 있으며 싱크대도 단순함 그 자체다. 식탁테이블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에 식기를 넣도록 했다. 단순한 인테리어를 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이런 식으로 기능이 결합된 복합제품의 수요가 늘고 있다. 커피메이커나 정수기가 달려 있는 냉장고, 싱크대와 식기세척기가 결합된 제품 등도 제안된다.

▼스웨덴 일렉트로룩스 가전제품 내년 한국에도 진출▼

스웨덴 유일의 가전회사인 일렉트로룩스그룹은 1921년 세계 최초로 진공청소기를 내놓았다. 지난해 이 회사는 진공청소기의 차원을 바꾸었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저 혼자서 청소를 하는 로봇 진공청소기를 내놓은 것.

아에게 자누시 등의 브랜드로 세계 가전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이 회사는 내년부터 일렉트로룩스 브랜드로 한국시장에 직접 진출한다. 한스 스트라버그 회장은 “청소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을 중심으로 고가 가전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청소로봇 ‘트릴로바이트’

스웨덴에서 지난해 11월 선보인 세계 최초 로봇 진공청소기 트릴로바이트는 몇 주 전 일본시장에 들어왔으며 내년이면 한국시장에서도 볼 수 있다. 바다 속 깊은 곳을 청소했던 삼엽충(trilobite)의 이름을 그대로 따왔으며 모양도 본떠서 개발했다.

수중음파탐지기가 내장돼 있어 6만㎐의 초음파로 움직이는 이 청소로봇은 9개의 눈(센서)을 통해 사물을 감지한 뒤 바닥의 애완견이나 식탁다리, 그룻 등을 피해 다니며 청소한다. 마그네틱 선을 붙여 놓으면 그곳을 ‘마지노선’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더 나아가지 않아 계단 등에서 떨어지지도 않는다.

배터리가 떨어질 즈음이면 충전장치 쪽으로 스스로 이동한다. 납작한 모양이라 침대나 소파 아래 부분을 청소하기 쉽다. 단 물을 흡수하지 못하는 것이 단점이다.

현지가격은 180만원대. 출시 시기와 국내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진공청소기 ‘옥시전’

일반적인 진공청소기는 먼지를 빨아들이는 고무 호스 부분 안에 작동명령을 내리는 선이 연장돼 있다. 그러나 이 청소기의 경우 적외선 리모컨이 몸체를 조작해 무선으로 작동한다. 무선이 좋은 점은 고무 호스 부분이 유선의 경우보다 유연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 또 호스가 찢어졌을 경우 수리하기 쉽다.

청소대가 유선형으로 구부러져 있어 침대 밑 등을 청소하기 편하다. 필터를 물로 씻고 잘 보관하면 반영구적이라 유지비용도 적게 든다. 30만∼40만원 예상.

●드럼세탁기 EW2408F

드럼이 기울어져 있어 허리를 굽히지 않고 서서도 세탁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경사 때문에 양말처럼 가벼운 세탁물은 안쪽으로 들어가 세탁기 문과 드럼 사이의 빈 공간에 끼어서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

바이오 세탁기능이 있어 세제가 가장 좋은 효과를 내는 물의 온도인 50∼60도를 오랫동안 유지한다. 그러나 건조기능이 없는 것이 단점.

소음은 53㏈로 상당히 조용한 편. 50m 떨어진 골프장에서 들리는 공치는 소리가 63㏈ 정도 된다. 예상가 150만원대.

스톡홀름〓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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