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로 변한 300년전 미라…남오성장군묘 발굴뒤 화장

  • 입력 2002년 10월 11일 18시 40분


원형에 가깝게 300여년간 보존된 미라가 발굴 7시간 만에 전격 화장돼 전문가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화장을 요구한 유족의 의견을 중시해야겠지만 원형을 유지한 놀라운 미라 보존기술을 연구할 기회를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조선 중기 삼도통제사를 지낸 남오성(南五星) 장군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10일 오전 10시경. 충남 태안군 태안읍 삭선 2리 의령 남씨 선산에서 이장작업 중 원형에 가까운 미라 형태로 발굴됐다.

그러나 이 미라는 전문가들이 연구가치를 판단하기 전 발굴 7시간 만에 후손들의 요구로 전격 화장됐다.

발굴작업을 벌였던 태안장의사 최기홍(崔基弘·58) 사장은 “미라가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것 같은데 일단 영안실에 모시자며 화장을 만류했으나 허사였다”고 말했다. 후손들이 화장을 강력히 요구한 것.

태안군 공무원들도 “분묘의 소유자가 결정 권한이 있는 만큼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날 발굴현장에 나온 태안군 공무원이 문화재가 아닌 환경부서 직원이었던 점도 문제점. 이 분묘의 이장은 인근에 들어서는 환경사업소 진입로 때문에 이뤄져 환경담당 직원이 나왔던 것.

또 발굴 이후 직위가 높은 인물의 무덤임이 확인된 이후에도 문화재 관련 공무원과 전문가들의 참관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전시 문화예술과 학예사 김용환(金龍桓)씨는 “매장문화재를 발굴할 때 평범한 인골(人骨)도 당시의 식생활 건강상태 표준체격 등을 연구하기 위해 보존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경우는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시신의 경우 매장문화재가 아니기 때문에 소유자(후손)의 의사에 반해 처리할 강제규정은 없다”며 “다만 높은 직위에 있던 인물의 묘지인 데다 시신 보존상태가 놀라울 정도로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던 만큼 관련 부서 공무원과 전문가가 이장작업에 참여해 연구기관 위탁 등을 권유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견된 미라는 치아와 손톱 수염 등은 물론 눈동자까지 거의 완벽하게 보존돼 있어 발굴 참여자들은 “살아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에 대해 태안군 관계자는 “이장작업 중 미라가 발견됐다고 해 박물관 등에 문의했더니 문화재적 가치는 없을 것이라고 답변해 현장에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태안〓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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