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의 계절 지식인이 움직인다]후보별 싱크탱크-인맥

  • 입력 2002년 10월 3일 19시 01분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지식인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권영길 등 각 후보의 진영에는 이미 상당수의 지식인들이 참여해 정권 창출을 위해 뛰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의 전문화를 위해 또는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 지식인들을 끌어들인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정권의 창출 과정부터 지식인들이 자발적으로 적극 참여한 것은 군사정권이 물러나고 문민정부가 태동하던 1992년 대선부터였다. 김영삼 후보 캠프의 이른바 ‘동숭동 임팩트 코리아’에는 많은 지식인들이 참여해 정책 입안에 관여했고 서울대 박재윤 정종욱, 고려대 서진영 교수 등 상당수의 지식인들이 김영삼 정권의 출범 후 요직을 맡아 정책의 시행까지 담당했다.

김대중 정권의 경우도 집권 이전부터 최장집(고려대·정치학) 한상진(서울대·사회학) 황태연(동국대·정치학) 김태동(성균관대·경제학) 교수 등이 정책자문역을 맡았고 이들 대부분은 현재도 현 정권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사람들이 이들에게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들이 국가의 장래를 좌우하는 정책의 입안과 시행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 하지만 한편으로는 전문지식인으로서의 본분을 잊고 권력의 향배에 따라 좌우되거나 학문적 소신 없이 이 진영 저 진영을 기웃거리는 기회주의자들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캠프는 한번 대선을 치러 본 바 있어 일단 수적인 측면에서 다른 후보들의 부러움을 산다. 곽상경(고려대·경제학) 이인규(서울대·생물학) 유세희(한양대·정치학) 교수와 박윤흔 전 경희대 교수(법학·전 환경처장관), 이강혁 전 한국외국어대 총장(법학)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정책자문단의 규모는 전국에 700∼800명이나 된다. 정치학 분야에 백영철(건국대) 정종욱(아주대), 경제학 분야에 유장희(이화여대) 박원암(홍익대), 경영학 분야에 정구현(연세대) 남상구(고려대), 농림 분야에 정하우(서울대) 교수, 건설교통 분야에 홍성웅 전 건설교통연구원 원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 캠프에는 진보적 성향의 지식인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국민대 김병준 교수(행정학)가 좌장을 맡고 있는 정책자문단에서 노 후보와 직접 대면하며 자문역을 하고 있는 지식인은 12개 분야 총 80여명. 경제 분야에 유종일(KDI국제대학원교수) 신봉호(시립대) 이정우(경북대), 외교안보 분야에 서동만(상지대), 분권 분산 분야에 성경륭(한림대), 행정 분야에 윤성식(고려대) 교수 등이 있다. 하지만 일찍부터 온라인을 통한 사이버자문단을 활성화해 왔기 때문에 이들까지 합치면 1500명이 넘는다는 것이 노 후보측의 주장이다.

정몽준 후보 캠프에는 정 후보의 손위 처남인 김민녕 한국외국어대 교수(경제학)가 정책자문역으로 지식인들을 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본인은 ‘자원봉사 차원’이라고 주장한다. 대학교수 50여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이 꾸려졌지만 10월말 신당 창당까지는 참여자를 밝힐 수 없다는 것이 정 후보측의 입장이다. 서울대 교수 출신으로 국무총리를 지낸 이홍구씨가 정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고 구본호 전 KDI원장, 임기영 한국외국어대교수가 돕고 있다. 외교 및 행정 경험이 풍부한 학계의 K, H, O, P씨 등도 자문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후보의 중앙고 및 서울대 동기인 손호철 서강대 교수(정치학)도 캠프의 손짓을 받고 있다.

이념적 지향이 가장 뚜렷한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 캠프에도 상당수의 지식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른바 ‘대선공약개발단’의 구성원 100여명 중 3분의 2가 현직 교수다. 장상환(경상대·경제학) 조현연(성공회대·정치학) 유팔무(한림대·사회학) 강정구(동국대·사회학) 조영건(경남대·경제학), 김석준(부산대·사회학) 교수, 이성우 전 과학기술노동조합 위원장(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석연 민변 사무처장(변호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공약개발이 끝나는 10월 중순 이 조직을 정책자문단으로 확대 개편할 예정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민주주의가 발달하면서 지식인들의 정치참여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일찍부터 민주주의가 발달한 서구의 경우 지식인들은 자신의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정권의 창출부터 정책의 시행까지 깊숙이 관여한 후 정권의 퇴진과 함께 연구소나 대학으로 물러나 연구를 계속하다가 다시 기회가 되면 정치에 참여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보수적 성향의 후버연구소와 헤리티지재단, 진보적 성향의 브루킹스연구소는 바로 정계와 학계를 잇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지식인들의 정치참여에 대한 기대와 우려는 공존한다. 전문가로서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한편, 지식인들이 본분을 잊고 권력과 함께 타락해 가는 모습을 실제로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또 학계에 복직한 뒤에 아무런 학문적 업적 없이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만을 그리워하면서 어느 캠프에서건 다시 불러주기만을 기다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여기에 학계 출신으로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가 극히 드물다는 것도 한국적 현실이다.

정치 참여 주요 지식인들의 행적
정부이름(전직)담당 직책퇴임 후 직책
박정희박종홍(서울대 교수·76년사망)71년 대통령 교육문화담당 특별보좌관68∼76년 서울대 명예교수
남덕우(국민대, 서강대 교수)67년 재무부 장관74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80년 국무총리산학협동재단 이사장,한국무역협회 고문
박정희-전두환김경원(고려대 교수)75∼80년 정치 담당 특보80∼81년 대통령 비서실장81∼85년 주 유엔대사85∼88년 주미대사사회과학원장,고려대 국제 대학원 석좌교수
이규호(중앙대, 연세대 교수·2002년 사망)79년 통일원장관80∼83년 문교부 장관85년 대통령 비서실장85∼88년 주일 대사95∼97년 순신대 총장
노태우노재봉(서울대 교수)88∼90년 대통령 정치담당 특별보좌역, 90년 대통령 비서실장90∼91년 국무총리명지대 연구교수서울디지털대학교 총장
조순(서울대 교수)88∼90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 92년 한국은행 총재서울대 명예교수
김영삼박재윤(서울대 교수)93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94년 재무부장관94∼96년 통상산업부장관 부산대 총장
정종욱(서울대 교수)93∼94년 대통령비서실외교안보수석비서관 95∼96년 외무부본부대사 96∼98년 주 중국대사 아주대 교수
서진영(고려대 교수)93년 통일원정책자문위원 94∼95년 21세기 위원장 95년 세계화 추진위원고려대 교수
김대중최장집(고려대 교수)98∼99년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99년∼현 사회정책포럼 회장고려대 교수
한상진(서울대 교수)98년∼현 통일부통일정책평가회의위원, 99∼2000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 2001년∼현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위원장서울대 교수
김태동(성균관대 교수)98∼99년 대통?

비서

?/font>경제수석비서관 99년 대통령 자문정책위원장

한국금융학회 회장
황태연(동국대 교수)2001년∼현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제1분과 위원동국대 교수

김형찬기자 khc@donga.com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지식인 4인 '이래서 정치참여'▼

곽상경

▽곽상경(이회창 후보 정책자문단 공동대표)〓

사회과학자는 연구와 교육이 사회와 직접 연관된다. 하지만 직접 행동보다는 바람직한 정책을 제안해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정치가는 목적이 있지만 지식인의 자문은 순수해야 한다. 학자가 학생을 교육할 때 대가를 바라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확인된 것은 국제적 기준에 입각한 경제의 정직성 투명성 객관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평생 법관, 감사원장을 거치며 살아온 이 후보의 입장과도 같다. 또한 보수적 성향과 안정적인 시장경제를 강조하는 것도 일치한다.

김병준

▽김병준(노무현 후보 정책자문단 대표)〓

어떤 형태로 연구와 강의를 하든 중립적인 것은 없다. 중립이란 이미 기존체제에 편을 드는 것이다. 지식인은 어떤 형식으로든 편을 들 수밖에 없고 기왕 편을 들어야 한다면 ‘작은 힘’의 편을 들고 싶었다. 지방화 분권화를 통해 지방공동체를 살려야 우리나라가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학자로서의 평소 지론이었고 지방분권화를 주장하는 노 후보의 주장과 일치했기 때문에 참여했다. 정치 참여 지식인들을 권력에 집착한 지식인으로 보기보다는 사회운동의 차원에서 보아야 한다. 학자들이 현실 참여를 하면 개인적으로는 손해다.

김민영

▽김민영(정몽준 후보 정책자문역)〓

현재는 ‘자원봉사’ 수준에서 도울 뿐이다. 하지만 지식인이라도 자기 하는 일에 큰 영향 없다면 정치에 참여해도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장상환

▽장상환(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

정책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지식인들의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지식인들이 지역구 관리까지 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비례대표제 의원으로 국회에도 진출하고 직접 실무도 맡아야 더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할 것이다. 기존 정당들은 대체로 보수정당이고 사회의 기득권을 지키는 입장이다. 한국 사회가 지속적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농민 등 생산대중을 대변하는 진보정당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2001년 창당

준비 때부터 참여했다. 민주노동당이 운동단체적 성격을 극복하고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려 했다.

▼대선캠프 참여 대표적 학자들▼

△이회창 후보 캠프

박윤흔(전 경희대 교수·법학·

전 환경처장관)

이강혁(전 한국외국어대 총장·법학)

유세희(한양대 교수·정치학)

곽상경(고려대 교수·경제학)

이인규(서울대 교수·생물학)

△노무현 후보 캠프

김병준(국민대 교수·행정학)

유종일(KDI국제대학원 교수·

경제학)

서동만(상지대 교수·정치학)

성경륭(한림대 교수·사회학)

윤성식(고려대 교수·행정학)

△정몽준 후보 캠프

이홍구(전 총리·전 서울대 교수·

정치학)

구본호(울산대 석좌교수·

전 KDI 원장·경제학)

임기영(한국외국어대 교수·무역학)

김민녕(한국외국어대 교수·경제학)

△권영길 후보 캠프

장상환(경상대 교수·경제학)

조현연(성공회대 교수·정치학)

유팔무(한림대 교수·사회학)

조영건(경남대 교수·경제학)

김석준(부산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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