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공연]'전쟁과 평화' 그 장엄함 속으로

  • 입력 2002년 5월 21일 18시 06분


엄청난 인원과 물량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것은 전성기 소비에트 예술의 한 특징이었다. 톨스토이의 대하소설 ‘전쟁과 평화’를 소재로 했다면 그 ‘물량 투입’의 급은 하나 더 높아진다.

엑스트라만 연인원 수십만명이 동원된 세르게이 본다르추크 감독의 여섯시간 반 짜리 영화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가 2차대전 중의 소련에서 작곡한 오페라 ‘전쟁과 평화’ 역시 네시간 반에 달하는 공연시간과 500여명에 가까운 출연인원으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오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유럽의 열 두 종족 대군이 러시아로 밀려들었다. 인민은 침략자를 멸망시키기 위해 일어섰다’라는 장엄한 합창으로 시작되는 이 ‘소련제 대작’을 국립오페라단이 무대에 올린다. 지루한 레치타티보(대사를 노래처럼 읊는 부분) 등을 생략해 공연시간은 두 시간 반으로 줄였지만, 원작의 13개 장면을 모두 살리고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수석 연출가인 게오르기 안시모프를 초청해 합창단 무용단 등 400여명을 동원한 육중한 무대다. 현충일인 6월 6일 개막해 9일까지 공연한다. 공연시간은 평일 오후 7시반, 일 오후 4시.

정은숙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그 어느 영화음악보다도 아름다운 왈츠의 선율은 나타샤와 안드레이의 사랑 및 귀족사회의 허망함을 나타내고, 보로지오의 전투 장면은 가슴시린 애국심과 민중의 장엄한 힘을 느끼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대작을 공연하는 수준이야말로 그 나라 오페라 문화의 성숙도를 나타낸다”며 자신감있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큰 작품인 만큼 공연마다 탈도 많다. 프로코피예프는 당국의 계속되는 검열과 간섭 때문에 살아서 이 작품의 전막 공연을 볼 수 없었다. 1993년 마린스키 극장의 공연에서는 나폴레옹이 탄 말이 넘어져 나폴레옹 역의 배우가 공중으로 날아가버렸고, 올 2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의 공연에서는 퇴각하는 프랑스군 한 사람이 미끄러져 오케스트라 자리로 떨어져버리기도 했다. 국립오페라단의 홍보자료에 소개된 일화다. 왜 이런 불길한 일화를 홍보자료에?

나타샤역에 소프라노 이화영 이현정, 안드레이 역에 바리톤 우주호 김승철 출연. 최승한 지휘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반주한다. 2만∼7만원. 02-586-5282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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