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노벨문학상 권터 그라스 방한 '統獨의 실상' 전한다

  • 입력 2002년 5월 14일 18시 40분


199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귄터 그라스
199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귄터 그라스
199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독일 통일 과정에 대해 끊임없이 발언해 온 독일의 대표적 ‘참여 지식인’ 귄터 그라스. 그가 지구상 최후의 ‘분단의 땅’ 한국에서 독일 통일과정의 경험을 논하고 한국인에게 보내는 조언을 내놓는다.

중앙대 한독문화연구소와 주한독일문화원(Goethe-Institut Seoul) 공동 주최, 동아일보사 후원으로 29∼30일 중앙대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리는 국제 심포지엄 ‘통일과 문화’.

그라스 외 외르크 우베 콜베(시인·1987년 횔덜린상 수상) 디터 코겔(브레멘방송국 문화부장) 등 독일 지식인과 최정호(울산대 석좌교수) 백낙청(서울대 교수·창작과 비평 편집인) 황석영(소설가) 김문환(서울대 교수)씨 등 한국 지식인이 주제발표와 토론을 통해 ‘문화의 영역에서 본 통일’을 진단한다.

전영운 중앙대 한독문화연구소장은 “독일의 통일 및 이후의 통합과정은 통일의 어려움이 정치 경제적 영역보다 문화 심리적 영역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면서 “통일은 제도 체제의 통합에 앞서 인간과 정신의 융합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기 위해 이번 심포지엄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귄터 그라스 누구인가

“성급한 통일의 결과는 새롭고 심각한 다층분열(多層分裂)이다. 그것은 장벽과 철조망으로 이루어진 ‘정치적 분단’ 보다 많은 분야에서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독은 서독에 종속됐고, 서독은 동독을 소유하게 됐다. 이것이야말로 결정적인 분단이다.”

전후 독일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장편소설 ‘양철북’의 작가이자 이전 밀레니엄의 마지막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귄터 그라스(75)는 이번 심포지엄 첫날인 29일 ‘독일통일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다. 그는 90년 독일통일 후 동독인들의 고유한 정서와 사회질서를 무시한 급속한 통일과정을 비판하며 독일의 대표적인 ‘비판적 지성’으로 떠올랐다.

‘동독인들은 정치적 종속을 벗어났지만 돈의 종속이라는 또다른 종속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그의 질타는 ‘구동독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공허한 말재주’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에서 공감을 불러왔다. 선거 때마다 ‘통일 총리’ 헬무트 콜의 낙선운동을 펼치는 등 적극적 정치활동에도 나섰던 그는 95년 발매된 장편 ‘광야’에서 구동독 출신의 사환을 주인공으로 나치시대 동독시대 통일이후 등을 차례로 더듬으며 구동독인이 맞은 소외의 국면을 통렬히 꼬집었지만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등 보수적 평론가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맞기도 했다.

최근 그는 다리오 포(이탈리아·문학상) 데즈먼드 투투(남아공·평화상) 등 노벨상 수상자 4명과 함께 독일 ARD방송을 통해 발표한 ‘미국 테러보복전 반대성명’을 주도하며 또다시 뉴스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그의 첫 방한을 주선한 김누리 교수(중앙대·독문학)는 “그라스는 전통적인 엘리트주의적 지식인상을 깨고 현대사의 결정적인 굽이마다 온몸으로 뛰어들어 ‘민주적 참여’의 모델을 실천으로 보여준 대표적 참여 지식인”이라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2001년 한 문학지를 위해 마련한 대담에서, 그는 내게 ‘독일에서는 통일 이후에 성급한 사회적 통합과정이 이루어졌지만, 한국에서는 통일 이전에 상호존중의 분위기 속에서 진지한 통합의 과정이 펼쳐지기 바란다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그라스는 31일 상암동 월드컵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월드컵 개막식에서 평화를 염원하는 축시(祝詩)를 낭송할 예정이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