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삼광사엔 특별한게 있다"

  • 입력 2002년 3월 8일 18시 26분


1일 1먄5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부산 삼광사의 정기 법회
1일 1먄5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부산 삼광사의 정기 법회
등록 신도 36만여명, 매월 1일 열리는 정기법회 참석 불자 1만5000여명.

엄청난 규모와 불심 깊은 신도가 많아 ‘불교계의 순복음교회’에 비유되는 대한불교천태종 삼광사(三光寺·주지 김도원 스님).

1969년 신도 150명으로 출발한 삼광사의 성장은 불교계에서도 불가사의한 사례로 꼽힌다. 불교계에서 단일 사찰로는 등록 신도가 가장 많다. 조계종 홍보실에 따르면 신도가 많다는 조계사와 봉은사가 15만명 안팎이다.

4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중심가인 서면에서 불과 차량으로 15분쯤 왔을까. 가파른 비탈길을 5분쯤 걷자 이내 백양산(白楊山) 자락을 등지고 있는 사찰이 한 눈에 들어온다. 3만5000여평의 넓은 대지에 100여평의 웅장한 대웅보전이 보이고 그 옆에는 높이 30m의 ‘53존불 팔면구층 대보탑’이 물끄러미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97년 낙성된 이 대보탑에는 티베트 미얀마 인도 등에서 봉정한 부처님 진신사리 10과가 봉안돼 있다. 탑 아래 50대 보살이 경건한 자세로 정성을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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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광사 자체가 세속의 먼지에 찌든 이의 눈에는 경이로움 그 자체. 커피 한잔을 급하게 들이켤 짧은 순간 자동차 소음과 사람으로 뒤덮인 대도시 풍경이 불심의 현장으로 바뀌다니.

조계종 태고종과 함께 한국 불교의 3대축을 형성하고 있는 천태종은 594년 중국의 지자대사가 창종했으며 고려의 대각국사 의천이 우리나라에 들여와 발전시켰다. 천태종은 고려 말 크게 융성했으나 조선의 억불정책으로 선종으로 통폐합된 뒤 민간불교신앙으로 전해져 왔다.

천태종의 법맥을 계승한 이는 상월대조사(1911∼1974)로 1945년 충북 단양의 소백산 자락에 구인사를 창건해 천태종 중흥의 토대를 마련했다.

신심이 깊기로 소문난 영남지역의 불교계에서도 삼광사 신도의 불심은 유명하다.

1일 지관전에서 열린 정기법회에는 1만5000여명이 참석해 발 디딜 틈이 없었고 4일 법회가 없는 데도 200여명의 불자가 각기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 1월에 끝난 한달 기한의 동안거(冬安居)에는 4000여명의 신도가 참여했다. 스님이 아닌 일반 불자가 이처럼 수행에 대거 참석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오전 2시반 자가용을 타고 와 절을 둘러본 뒤 예불을 드리는 젊은 부부를 자주 목격합니다. 낮에는 삶의 터전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불심을 키우는 신도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사찰이 문이 잠겨 있는 경우가 많지만 삼광사는 사찰 내 전각의 문이 항상 열려 있습니다.”(도원 스님)

이 같은 ‘열린 사찰 구조’와 대중과 밀착된 생활불교 중심의 신행체계, 신도회 중심의 민주적인 재정운영구조가 이 사찰에 불자들의 발길을 이어지게 한다.

삼광사는 신도의 생활과 밀착된 각종 문화행사를 통해 대중과 불교의 거리를 좁혀갈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연희단 거리패’를 초청해 연극연출가 이윤택씨의 ‘오구’를 불교적으로 각색한 ‘오구대왕 풀이’를 공연한 것을 비롯해 서화전 한글학교 다도회 등 각종 문화행사를 개최했다. ‘오구대왕…’의 경우 1만여명이 지관전에서 관람해 이씨가 “‘오구’ 공연 사상 1회 공연에 가장 많은 관객이 관람했고 가장 반응이 뜨거웠다”며 감탄했을 정도.

삼광사를 빠져나와 다시 서면으로 향하는 택시 안. 운전사는 “아, 삼광사에 갔다 오십니까”라며 “부산 불심이 대단하죠. 내도 한번 가야 되는 데…”라고 말했다.

부산〓김갑식 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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