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五 十 笑 百(오십소백)

  • 입력 2002년 2월 5일 17시 38분


五 十 笑 百(오십소백)

笑-웃을 소割-벨 할遊-노닐 유 夢-꿈 몽步-걸음 보危-위태로울 위

戰國時代(전국시대)라면 群雄(군웅)이 割據(할거)하여 천하를 쟁패해 보겠다는 야심에 불타오르던 때다. 이에 영합한 說客(세객)들의 遊說(유세)가 극성했다. 당시 魏(위)는 동서로 각기 초강대국이었던 秦(진), 齊(제)와 인접해 있었기 때문에 梁惠王(양혜왕)은 늘 불안했다. 그래서 局面(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孟子(맹자)를 불렀다.

하지만 두 사람은 同床異夢(동상이몽)이었다. 梁惠王은 孟子의 도움으로 강국을 만들고 싶었지만 孟子는 이 나라에 孔子의 가르침이었던 仁義(인의)의 정치를 行하고 싶었던 것이다.

梁惠王이 답답했던지 한 마디 했다.

“선생의 말씀은 옳소. 나 역시 백성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별로 따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러나 孟子는 그의 意中(의중)을 꿰뚫고 있었다. 본질적으로 그는 백성보다는 戰爭(전쟁)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戰爭에 비유하여 말했다.

“전쟁터에서 양군이 싸움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북소리가 둥둥 났습니다. 이제는 白兵戰(백병전)입니다.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리고 전쟁은 치열해져갔습니다. 그 때 별안간 한 병사가 겁에 질린 나머지 갑옷과 투구를 벗어 던지고 줄행랑을 쳤습니다. 그는 백 步(보)쯤 달아났습니다. 그 때 또 한 병사도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오십 步를 도망쳤지요. 그러면서 백 보를 도망친 병사를 보고는 ‘비겁한 놈!‘이라고 비웃었습니다. 왕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오십 보나 백 보나 그게 그거지요. 둘 다 도망친 것은 마찬가지 아닙니까.”

孟子가 보기에 梁惠王에게는 진심으로 백성을 보살피겠다는 마음이 결여되어 있었다. 결국 그것은 전쟁준비나 하는 다른 나라의 왕과 다를 바가 없다고 본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王道政治란 평소 백성을 친자식처럼 보살피고 자나깨나 그들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뜻한다. 마치 옛날 堯舜(요순) 임금이 그랬던 것처럼. 그러니 梁惠王의 의중과는 멀어도 한참 멀었다. 엄밀히 말해 국가의 安危(안위)가 목전에 닥쳐 있는 판에 仁義니 王道를 고집했던 孟子의 말에도 문제는 있었다. 먼저 살고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결국 孟子 역시 孔子처럼 遊說(유세)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孟子나 梁惠王 모두 내 눈에는 五十步 百步일 뿐이다.‘五十步百步’는 ‘별 차이 없음’을 뜻한다. 줄여서 ‘五十笑百’(오십소백)이라고도 한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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