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명필 컴퓨터에서 쓴다…'秋史書痕' 프로그램 개발

  • 입력 2002년 2월 5일 17시 38분


조선 후기의 대학자이자 명필가인 추사 김정희(1786∼1856)의 한자 글씨체를 컴퓨터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글꼴 디자이너인 김준원씨(39)는 6년에 걸친 작업 끝에 최근 이같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프로그램 이름은 ‘추사서흔(秋史書痕)’. ‘추사서흔’ 글꼴은 www.chusa.com이나 www.ggum.com에서 볼 수 있고 아래아 한글, MS워드, 윈도우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번에 개발한 추사글꼴은 추사의 해서체로, 한획 한획 힘이 뻗쳐나는 글씨체. 김씨는 이를 개발하기 위해 3년 동안 추사 글씨에 관한 사료를 샅샅이 뒤졌다. 그렇게 찾아낸 추사의 한자 글씨는 2000여자. 그러나 한글 프로그램에는 대략 4800여자의 한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김씨는 추사 글씨 2000여자 외에 추사 글씨에 들어있는 수많은 획을 일일이 따서 조합해 2888자를 한자한자 새로 만들었다. 새 글자를 만드는 데만 2년, 수정하는데 또 1년.

그가 새로 만든 글자는 엄밀히 말하면 추사의 글씨는 아니다. 이를 추사체라 부르지 않고 ‘추사 서흔’이라 명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씨는 1993년 고시서적 내는 출판사에 취직하면서 글꼴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한자 서체가 너무 기계적이고 경직됐다는 생각에 추사와 같은 명필의 서체를 컴퓨터에서 사용할수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자료를 찾으며 이런 저런 준비를 하다 97년부터는 출판사를 그만 두고 본격적인 글꼴 개발에 뛰어들었다.

“좋은 글꼴은 국가 차원의 좋은 문화상품인데도 최근 글꼴 개발하는 회사들이 모두 망해 안타깝다”고 말하는 김씨는 이제 글꼴 디자인 전문가가 됐다.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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