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멋진 일상을 위하여…'디자인의 공공성에 대한 단상

  • 입력 2001년 12월 16일 18시 31분


디자인은 이제 ‘특별한’ 미술이 아니라 ‘익숙한’ 일상이 됐다. 그만큼 우리 생활 속에서 중요하고 빼놓을 수 없는 말이다.

그러나 아직도 디자인에 무심한 분야가 많다. 국정 교과서, 주민등록증과 같은 여러 증명서, 자투리 땅을 이용한 동네 공원, 거리의 버스정류장이나 가판대 등. 이것은 모두 공공이 함께 하는 사물이거나 공간이다. 공적인 속성상 디자인이 더 중요한데도 우리 현실은 그 반대다.

디자이너들이 이러한 공공 디자인의 문제점을 짚고 그 대안을 제시한다. 내년 1월3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디자인 미술관에서 열리는 ‘디자인 코리아: 디자인의 공공성에 대한 단상’이 바로 그 대안들의 전시.

50여명의 디자이너가 참가해 증명서 교과서 거리화장실 버스정류장 거리상점 자투리땅 대통령선거포스터 등 9개 테마를 정한 뒤 1년간 공동 작업을 해왔다. 공공 디자인의 문제점을 해부하고 각각의 용처에 적합하면서도 세련되고 미적인 디자인을 시도한 것이다.

국정 교과서는 멋이 없고 획일적 디자인의 대표적 경우다. 이 작업에 참여한 디자이너 조주연은 “교과서 디자인에 대한 무관심이 오히려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무관심을 부채질하지는 않는가”라고 묻고 “멋지게 디자인된 교과서가 즐거운 교과서”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개발하는 고교 1년 국어 교과서 디자인 작업에 직접 참여해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내놓았다.

주민등록증과 같은 증명서의 경우, 특히 한글의 글자체가 세련되지 못했다고 보고 이를 보완하는 쪽으로 디자인 작업을 했다. 운전면허증, 여권 공무원증 임명장 등도 마찬가지다.

자투리땅에 조성된 동네 공원들은 벤치 몇 개에 은행나무 한두 그루에 불과해 공원이라고 보기 어려운 실정. 너무 밋밋하고 박제화돼 현대인의 욕망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그 대안을 모색했다. 버스정류장엔 정보와 아름다움이 함께 담긴 디자인을, 가판대는 불법 또는 합법 여부를 떠나 도시 풍경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시도했다.

이번 전시는 공공 디자인은 이제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의 시각에서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출품 디자이너들은 15일부터 24일까지 매일 오후 1시 전시장에서 작품설명회를 갖는다. 02-580-1540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