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판타지아'展, 버려진 공간 채운 젊은세대의 실험

  • 입력 2001년 11월 25일 18시 19분


서울 여의도 동아일보사 여의도사옥(동아문화센터)에서 12월9일까지 열리는 ‘판타지아’전은 한국 중국 일본 태국의 작가와 한 중 일 큐레이터가 아시아 각국을 순회하는 전시다.

이 전시에서 작가들은 서로 다른 문화적 시공간과 일상 언어, 각각의 개별 시점을 강조한다. 중국측 큐레이터인 필 리는 중국 미술이 이런 작품을 통해 1990년대 이후 세계 미술의 특징인 ‘일상성’과 관련을 맺으면서 정치적 강박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됐다고 주장한다.

일본측 큐레이터인 유키 카미야는 정치가 지배했던 시기를 벗어난 다음 단계의 미술을 기약하고 있으며, 한국 큐레이터 김선정은 일상을 다른 의미로 변환시키는 상상력을 기대하고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거론하는 ‘일상’은 1990년대 후기 모더니즘이 보다 강렬한 어떤 것으로 바뀌는 과정을 암시한다.

일민미술관과 일본국제교류기금이 주최한 이 전시엔 한국작가 김소라, 김범, 김홍석, 이미경, 이주요, 함진 등과 중국 작가 양첸종, 칸쉬엔, 장즈이, 일본작가 오자와 츠요시, 사키 사토무, 시노다 타로 그리고 태국의 마리야 담롱폴이 참여했다. 이들은 3주 동안 계원조형예술대에서 공동 합숙(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 합숙하며 작품을 제작했다.

‘판타지아’전의 공동 큐레이팅 방식과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아시아의 동시대 미술을 한자리에 모으려는 시도라는 점도 눈에 띈다.

특기할만한 점은 이 전시를 위해 처음으로 공개된 ‘스페이스 이마·Space imA’ (imA 는 Ilmin Museum of Art 의 약자) 다. 이 곳은 사용되지 않는 공장이나 학교같은 대규모 시설을 전시 공간으로 전환해 활용하는 프리슈(Friche·프랑스어로 황무지 또는 폐공장을 이용한 전시공간을 의미한다)스타일이다. 이러한 전시공간은 특히 젊은 세대 작가들을 위한 전형적인 공간으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 실제로 ‘스페이스 이마’는 매우 거칠지만 도전적이고 아름다운 공간이라는 사실이 이번 전시를 통해 밝혀졌다. 그리고 이번 전시 역시 그런 점을 살리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짙다.

‘판타지아’전은 전시 제작 방식과 전시 공간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도전과 실험을 보여주었다. 아시아의 작가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고 작품을 제작한 ‘일상의 판타지아’에서 우러나오는 교감과 강렬함을 포착한 작가의 감수성과 시선을 즐길 수 있는 전시다. 월요일 휴관. 02-781-0161

유진상(계원조형예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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