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문화재전문 사진작가 4인, 공동사진집 '아름다운…'출간

  • 입력 2001년 11월 7일 18시 29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대벽, 안장헌, 한석홍,관조스님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대벽, 안장헌, 한석홍,관조스님
우리 시대 최고의 문화재 전문 사진작가 4인이 모였다.

궁궐 사찰 서원 살림집 등 전통가옥을 사진에 담아온 김대벽씨(72), 석굴암 반가사유상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촬영에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한석홍씨(61), 경주 남산 등지의 야외 석조 문화재 사진촬영에 조예가 깊은 안장헌씨(54), 불교 문화재에 담긴 불교 사상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있는 관조스님(58).

이들 4인이 국립진주박물관과 손잡고 최근 공동 사진집 ‘아름다운 우리 문화재’(열화당)를 펴냈고 19일부터는 진주박물관에서 사진전을 연다. 이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여서 문화재 전문가들과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이 기획은 국립진주박물관의 아이디어다. 고경희 관장은 “문화재 사진을 찍는 일은 고생스럽다. 그래서인지 전문가들이 적다. 사진이 있을 때 문화재는 더욱 빛난다. 평생 문화재 사진만 찍어온 이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문화재 사진이 이런 것이다 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고 관장의 제의를 받은 이들 역시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사이인데다 이런 기획도 뜻깊다 싶어 선뜻 응했다.

이번 사진집과 기획전엔 30년 넘게 문화재 사진 촬영의 외길을 걸어온 이들 4인의 고집과 문화재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이들의 사진은 실물 문화재보다 더 아름답다는 느낌을 준다. 김대벽씨는 “좋은 사진은 문화재의 감동을 더해 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문화재를 어떤 각도에서 보아야 하는지, 어느 부분에 역점을 두고 보아야 하는 등을 알려주는 효과도 있다”고 말한다.

김대벽씨가 찍은 경복궁 금정전 하충처마

이들의 사진 촬영 테크닉은 뛰어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촬영 기술보다 문화재를 보는 안목이 늘어나고 그것이 중요하다”는 한석홍씨의 말처럼 이들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은 테크닉이 아니라 문화재에 대한 안목과 애정이다.

그 애정은 이들의 사진 촬영 여정에 그대로 배어난다. 한석홍씨는 사흘밤 연속으로 석굴암을 찍기도 했고, 그 귀하다는 국보 반가사유상을 10번이나 찍었지만 늘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경주 남산을 가장 사랑하는 안장헌씨는 경주 남산을 찾은 것만해도 100번이 넘는다. 김대벽씨는 고건축물의 촬영 각도를 물색하고 햇빛 등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건축물 주변을 헤매다 해가 저물어버려 촬영기회를 놓쳐버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관조스님은 달빛에 비친 꽃살문의 은은한 명암을 포착하기 위해 불면의 밤을 보내기 일쑤였다.

이들은 주로 사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문화재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안장헌씨의 경우는 좀 색다르다. “1970년 군대 시절, 여주에서 원주까지 야간행군을 하는데 새벽 동 틀 무렵, 땅 속에 묻혀 일부가 드러난 돌부처를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그 돌 빛이 얼마나 아름답고 신비하던지. 그 때부터 석조물 사진으로 평생을 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우리가 흔히 보는 고건축이나 석굴암 반가사유상 등의 사진은 거의 모두 이들의 사진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허락없이 무단으로 사용해온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마음은 넉넉하다.

“우리 문화재를 널리 알리겠다는 건데 뭐 어떻습니까. 그러나 조잡하거나 천박하게 사용하는 걸 보면, 마치 우리 문화재를 홀대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한석홍)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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