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 문화거리 인사동 안부럽다"

  • 입력 2001년 11월 5일 18시 51분


《글공부에 전념하던 선비의 검소한 서탁(소형 탁자), 손님 많은 종갓집 며느리가 쉴 새 없이 들고 다녔을 소반(小盤), 12줄 단아한 소리가 여전한 가야금….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고미술 거리’는 선조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골동품과 미술품 가게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미술상 밀집거리인 인사동에 가려 ‘제2의 인사동’으로 불리지만 가게 수는 오히려 인사동을 능가한다. 》

5일 하루 동안 이 곳에서 동대문구와 한국고미술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제1회 고미술 상가 거리문화축제’가 열렸다.

동대문구는 이곳을 서울의 명소로 만들기 위해 지난해 6월 고미술 거리로 지정하고 지속적으로 정비작업을 벌이고 있다.

80년대 초 당초 이곳에 몰려 있던 자동차 부품상들이 중고 자동차 매매업소들이 몰려 있는 장안평으로 빠져나가면서 황학동과 인사동 아현동 이태원 등지에 있던 골동품 상인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해 고미술 거리가 된 것이다.

현재 전국의 고미술품 가게 700여개 가운데 154개가 이곳에 있다. 소장품은 약 25만여점으로 추정된다.

답십리 고미술 거리는 목기류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동부거리’와 전 품목을 다루는 ‘서부거리’로 이뤄져 있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의 물품이 주를 이루며 중국과 일본의 골동품들도 있다.

골동품의 가격도 1만원대부터 억대를 호가하는 것까지 있어 ‘백화점식’이다.

크고 작은 목기류와 토끼털을 댄 비단 마고자, 자그마한 서탁, 소반 등은 3만원부터 시작한다. ‘도자기 필통’은 7만원, 여름에 끼고 자는 죽부인은 8만원이다.

세숫대야 크기 만한 나무 함지박, 70년이나 된 도자기 화로, ‘정그렁’ 소리가 요란한 말 요령, 밑창에 징을 박은 가죽신, 인테리어 소품으로 운치 있는 팔각형의 작은 문짝 등이 10만원 선이다.

여름용 대나무 조끼는 20만원, 12줄 가야금과 6줄 거문고는 25만원 등이다.

민화는 10만∼50만원. 조선시대 양념단지나 술병 등 도자기류는 10만∼수백만원 선이다. 고려청자의 경우 억대를 넘어선다.

이색적인 인테리어 용품을 고르려는 일반인과 카페 등의 업소 주인, 외국 관광객 등이 이곳을 많이 찾는다. 일본과 프랑스인 관광객은 목기류를, 미국인 관광객은 도자기와 민화를 많이 사간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목기류는 인기 품목이어서 모조품도 진열하는 즉시 팔려나갈 정도. 가격은 진품의 절반 정도다.

한 달에 한번 꼴로 이곳을 찾는다는 주부 김미숙씨(40)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살 때 현지인들이 우리 집에 있던 옛날 가구를 극찬하는 것을 보고 고가구 수집을 시작했다”며 “독일 친구의 부탁으로 가구나 소품들을 사서 보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10년째 화랑을 경영해온 조규용씨는 “거리 주변이 정리돼 있지 않은데다 주차시설도 모자라고 지하철 5호선 외에는 대중교통 수단이 마땅치 않아 상가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상가 주변에 골동품 전문거리에 걸맞은 휴식공간을 마련하고 서울시의 ‘시티투어 버스’ 노선에 이 거리를 포함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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