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한국인에만 발견 'K결핵균' 있다

  • 입력 2001년 9월 27일 18시 37분


예방접종에도 불구하고 매년 결핵환자가 다수 발생하는 이유는 결핵균이 한국인의 몸에 침투하기 좋도록 진화한 ‘한국형 결핵균(K균)’ 때문으로 밝혀졌다.

대한결핵연구원(원장 김상재·金尙材)은 99년 전국의 남녀 고교생 140만명을 대상으로 결핵 감염 실태를 조사한 뒤 환자의 가래 DNA를 분석한 결과 환자 중 18.5%에서 한국형 결핵균인 K균이 발견됐다고 29일 밝혔다.

결핵연구원은 국내에서 결핵 예방백신인 BCG 접종률이 90% 이상에 이르지만 매년 3만명 이상의 결핵환자가 발생하고 3000여명이 숨지는 이유는 다른 결핵균에 비해 감염력과 전염력이 강해진 K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내용은 국제 항결핵 및 호흡기연맹이 발행하는 전문지 ‘국제 결핵 및 폐질환’ 9월호에 발표됐다.

김 원장은 “이동 X레이 촬영(MMR) 결과 4012명이 결핵으로 의심됐고 연구팀은 이 중 활동성 결핵으로 판명된 환자 231명의 가래에서 균을 배양해 DNA를 분석했다”면서 “K균이 발견된 환자는 예외없이 어깨에 BCG 접종 자국이 있었고 이전에 결핵을 가볍게 앓아 자연스럽게 면역력이 생긴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결핵균은 수백 가지이며 95년 전국 결핵 실태 조사에서 138명의 균을 분석한 결과 4명이 똑같아 ‘한국형’이라고 판단하고 계속 연구해왔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BCG 백신을 맞으면 어릴 때 치명적인 감염을 피할 수는 있어도 청소년기 이후 결핵에 걸릴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높은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은 바로 K균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BCG 예방 접종률이 90%를 웃돌지만 결핵 유병률은 1%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00년 사망원인 통계조사’에서도 호흡기 결핵으로 인한 인구 10만명당 사망자는 남자가 9.7명, 여자는 3.8명이었다.

이는 일본(남자 3.1명, 여자 1.1명)과 미국(남자 0.4명, 여자 0.2명), 영국(남자 0.8명, 여자 0.4명)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이다.

그동안 국내 전문가들은 ‘후진국병’으로 불리는 결핵이 왜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지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

이 연구팀 이혜영(李惠泳) 박사는 “K균은 돌연변이를 통해 서서히 한국인의 몸에 쉽게 기생할 수 있도록 진화해 왔고 그 종류 또한 24가지나 된다”며 “올해 일본 보건당국에 문의한 결과 ‘일본인 환자에게는 이 균주가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내과 권오정(權五楨) 교수는 “우리나라 결핵의 ‘지배균’인 K균의 DNA 특성을 명확히 규명하면 좀더 효과적인 예방백신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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