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요코하마 트리엔날레, 디지털시대 미술 새 틀 꿈꾼다

  • 입력 2001년 9월 16일 18시 44분


1988년 도쿄비엔날레를 마지막으로 대규모 국제미술전시회가 사라졌던 일본에 다시 정기적인 국제전이 부활했다. 2일부터 11월11일까지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 지구에서 열리고 있는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2001’이 그것. 한국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 뿐아니라 미국 유럽 등 세계 38개국 작가 109명이 조각 회화 사진 영상 등을 출품, 세계 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전 13년만에 부활〓일본에서는 1952년부터 도쿄비엔날레가 열렸지만 내부갈등과 흥행실패로 88년 완전히 막을 내렸다. 80년대 거품 경제기에 세계 미술품을 속속 사들이고 미술관도 급증했지만 번듯한 국제전시회가 없다는 것이 일본 미술애호가들의 불만이었다.

특히 한국 광주비엔날레와 중국 상하이비엔날레 등 아시아지역에서도 국제전이 자리를 잡아가자 일본에서도 서둘러 국제전을 마련하게 된 것. 요코하마트리엔날레측은 앞으로 광주, 상하이측과 적극 교류 협력해 서구의 주요 국제전에 맞서는 아시아 국제전으로 성장시켜나간다는 전략이다.

▽새로운 통합을 향해〓일본의 국제교류기금 요코하마시 아사히신문 NHK가 공동주최하는 이번 전시회의 테마는 ‘메가 웨이브-새로운 통합을 향해서’. 과학이나 철학 건축 등 각 전문영역이 서로 단절된 상태로 발전해온 20세기 문명을 반성하고 분야간 교류와 대화를 통해 통합을 꾀하며 미래 미술의 가능성을 탐색한다는 취지. 예컨대 기존 미술의 틀을 넘어서 정보기술(IT)혁명과 환경문제, 유전공학 등 변혁의 물결속에서 새로운 조화를 지향한다는 것.

따라서 출품작가가 매우 다양하다. 일본의 전위예술가들을 비롯, 중국 출신의 차이구오치앙, 폴란드 출신 구쉬토프 우디쓰코, 스위스 출신 피피롯티 리스드 등 출신국가를 넘어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대거 참가했다.

작품 구성을 보면 109명의 작가중 거의 절반이 영상이나 사진작품이고 나머지는 설치작업이다. 바다에 접한 외부공간에 은색볼을 환상적으로 펼쳐놓은 구사마 야요이의 ‘나르시스의 정원’이나, 고층빌딩가에서 기어오르는 거대한 곤충(쓰바키 노보루, 무로이 히사시 공동작품) 등 항구도시 요코하마의 특성을 살린 외부조형물들도 주목을 받았다.

또 존 레논의 부인인 오노 요코가 ‘사랑과 평화’를 주제로 총탄 자국이 난 화차를 출품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 작가 5명 출품〓한국에서는 최정화 함경 구정화 강소원 박이소 등 40세안팎의 젊은 작가 5명이 참가했다.

출품작가 선정위원 4명중 한명인 다테하다 아키라 다마미술대학교수는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 작가들은 관념성 섬세함 등 한국 현대미술의 특징만이 아니라 다양한 미술적 요소를 복합적으로 혼합해 예술표현이 뛰어난 작가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황색을 찾아서’라는 영상물을 출품한 함경에 대해 “서울 중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황색 복장의 사람들을 좇아가 인터뷰하는 장면을 작품화한 것으로 에너지가 넘친다”고 평가했다.

<요코하마〓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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