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1호 익산 미륵사지탑 이달말부터 해체작업

  • 입력 2001년 9월 12일 18시 32분


국내 최고(最古) 최대(最大)의 석탑인 국보11호 익산 미륵사지탑(백제·7세기초)이 약 1400년만에 해체에 들어간다.

미륵사지탑의 붕괴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1999년 해체 보수하기로 결정한 문화재청은 이달 말부터 2007년까지 해체 보수 및 복원 작업을 벌인다. 전문가들은 미륵사지탑의 해체 보수는 한국 문화재 보수 사상 최대의 역사(役事)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체 복원 비용은 80억원.

미륵사지탑은 정면(남면)은 거의 붕괴됐고 동북면 한 귀퉁이의 6층까지만 남아있다. 붕괴된 면은 1914년 일본인들이 시멘트로 발라 놓았다. 석재의 강도는 약해졌고 시멘트에 금이가고 군데 군데 부서지면서 탑 전체가 언제 무너질 지 모르는 상황.

탑의 상태가 위험하다보니 해체 과정에서 자칫 탑이 무너지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어 문화재청과 전문가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7일로 예정됐던 해체 시작을 이달 말로 미룬 것도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기 위해서다. 붕괴를 막으면서 조심스럽게 작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해체하는 데만 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전 준비의 핵심은 안전 장치 마련. 돌을 뜯어내면서 힘의 변동이 생기면 탑이 한꺼번에 붕괴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탑 주변에 거푸집을 세워놓고 그 사이에 모래부대를 채워 넣어 탑의 흔들림을 막도록 해놓았다.

돌 부재를 들어내리는 것도 어렵지만 특히 신경을 쓰는 것은 시멘트 제거 작업. 장덕헌 한국전통문화학 교수(한국건축사)는 “에어 브러시나 치과용 드릴로 떼내는 방법이 있지만 해체를 하면서 시멘트와 돌이 어느 상태로 붙어 있는지, 간격은 어느 정도인지를 살펴본 뒤에야 구체적인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번 해체 보수 및 복원은 미리 결정해놓은 순서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때 그 때 단계별 상황에 맞추어 진행된다. 탑을 해체해봐야만부재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그 돌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지 등등의 구체적인 상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체 이후, 새로운 부재를 넣어 애초의 모습대로 복원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 모습대로 복원할 것인지도 상황을 보아가며 결정한다.

장 교수는 “이번 작업은 단순한 해체가 아니라 일종의 문화재 보존처리다. 해체는 다시 쌓는 것 보다 더 어렵다”면서 “일단 2007년까지로 되어있지만 공기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문화재청은 현재 공사 시작일을 택일 중이며 해체보수 현장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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