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평균수명 70년새 42년 늘었다

  • 입력 2001년 9월 10일 18시 27분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70여년 전에 비해 무려 42년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인하대 수학통계학부 구자흥 교수는 통계청 자료실에서 발견한 일제시대 생명표를 분석 비교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수학사학회지에 10일 공개했다.

이 생명표는 당시 경성대 의학부 예방의학교실 미즈시마 하루오 교수가 조선총독부의 인구 및 사망신고자료를 분석해 만든 것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주민생명표다.

이 생명표에 따르면 1926∼30년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자 32.4세, 여자 35.1세(평균 33.7세)였다. 1999년 한국인 남자의 평균수명이 71.1세, 여자 79.2세(평균 75.5세)인 점을 감안하면 70여년 만에 한국인의 수명은 42년 늘어난 셈이다.

당시 조선에 거주하던 일본인의 평균수명은 42.3세로 조선인의 수명이 이들보다 8.6년이나 짧았다. 평균수명이 짧은 것은 영양 상태가 나쁘고 전염병이 많이 돌았던 데다 유아사망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1925∼30년 유아사망률은 출생한 유아 1000명당 남아 252명, 여아 230명이었다. 그러나 태어난 아이가 돌을 넘길 경우 평균 수명은 44세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구 교수는 “당시 출생 사망신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통계가 정확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초의 생명표를 통해 생활사를 볼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의대 황상익 교수(의학사)는 “서구 사회는 19세기에 산업혁명으로 생산성이 올라가면서 극적으로 평균수명이 뛰었지만 한국은 20세기에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수명이 급신장했다”며 “수명 연장에 기여한 것은 의학기술보다는 산업화에 따른 영양 상태 개선, 상수도와 주거환경 개선이었다”고 말했다.

▼생명표▼

인구조사를 토대로 사망확률을 계산해 나이별 기대 수명을 표로 만든 것. 2001년의 평균수명이 80세라는 것은 이 해에 태어난 사람의 기대수명이 80세라는 뜻이다.

생명표는 연금이나 보험료를 산정할 때 이용된다. 해방 이후에는 1970년대부터 생명표가 만들어졌다.

<신동호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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