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레종 10년만에 울린다…내달 신라문화제때 타종

  • 입력 2001년 8월 31일 18시 27분


훼손 우려로 지난 10년 동안 타종이 중단됐던 국보 제29호 에밀레종(성덕대왕신종)이 10월 맑은 울음소리를 다시 토해낸다.

국립경주박물관은 31일 “최근 안전성 검사를 실시한 결과 타종을 해도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올해부터 1년에 한번씩 타종하기로 했다”며 “타종 시기는 종전의 겨울에서 가을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추운 겨울에 타종하게 되면 아무래도 종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것.

경주박물관은 신라문화제 기간인 10월9일 불교의식에 따라 새벽에 33번, 오전에 33번 두 차례 타종키로 했다. 국립경주박물관 정문 맞은편에 있는 에밀레종은 해마다 12월31일 서울 보신각종과 함께 제야의 종소리를 냈으나 훼손이 우려돼 91년 12월을 마지막으로 타종이 중단됐었다.

경주박물관 박영복(朴永福) 관장은 “소리를 내지 않는 종은 살아 있는 종이라고 할 수 없다”며 “일단 타종을 하면서 진동파 검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상태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높이 3.7m, 무게 18.9t인 에밀레종은 742년 신라 경덕왕이 부왕인 성덕대왕을 기리기 위해 만들기 시작해 771년 혜공왕 때 완성됐다. 주조과정에서 어린이를 바쳐 종이 울릴 때 아이가 어머니를 찾는 울음소리를 낸다는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영남대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에밀레종을 가리켜 “장중하면 맑기 어렵고, 맑으면 장중하기 힘든 법이건만 에밀레종은 그 모두를 갖추었다”고 칭송한 바 있다.

<경주〓이권효기자>sapi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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