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외국투자자들 한국 이상 교육열기에 갸우뚱

  • 입력 2001년 8월 29일 18시 22분


해외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최근 미국에서 투자설명회를 가진 웅진닷컴과 삼성증권 관계자들은 한국의 교육열기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외국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사교육시장의 열기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사교육산업의 성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외국투자자들이 기업설명회(IR)에 관심을 가진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막상 우리나라 유아교육시장에 대해 설명을 해나가자 외국투자자들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으며 같은 얘기를 몇 차례 물어온 것.

“0∼4세의 유아들에게 도대체 뭘 가르치는 거냐.”(외국투자자)

“선생님이 교구재를 갖고 함께 놀면서 숫자, 글자 등을 가르친다.”(웅진닷컴 관계자)

“학부모들이 그렇게 어린애들을 가르치는 데 돈을 쓰느냐.”(외국투자자)

“그렇다. 생활비가 모자라도 애들 교육에는 열성적이다.”(웅진닷컴 관계자)

이날 동석한 삼성증권 김기안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의 교육열기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태교 얘기를 꺼냈다. 한국에서는 유아교육뿐만 아니라 태교에도 어느 나라 못지 않게 많은 돈을 들인다는 것. 그제야 외국투자자들은 “마이너스 교육(미국에서는 태어나서 0세이기 때문에 태아 상태는 마이너스 나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며)에까지 그 정도 관심이면 유아교육에도 열성적이겠네”라며 애써 이해하려는 눈치였다는 것.

김 애널리스트는 “외국투자자들은 한국의 교육열이 높다는 것은 알았지만 유아교육까지 그럴 줄은 몰랐던 것 같다”며 “국내에서 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유아교육 열기가 외국투자자들의 눈에는 이상하게 비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외국투자자들은 우리나라의 이상 교육열기에 대해 문화적인 격차를 느끼면서도 관련 투자는 오히려 늘리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계 투자전문회사인 롬바드사가 ‘신기한 한글나라’로 알려진 한솔교육에 1800만달러(약 233억원)를 투자했고 같은 시기에 영국계 슈로더투신이 한국교육미디어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코스닥 등록업체이면서 종로엠스쿨로 알려진 이루넷의 외국인투자지분은 올해 초 0%에서 최근 9%까지 상승했다.

현대증권 송정섭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학부모 중 88%가 향후 과외교습방법을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경기에 상관없이 꾸준히 돈을 벌어다 주는 사교육시장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솔교육 투자유치를 담당한 SK증권 오성남 차장은 “중국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도 우리나라 못지 않게 교육열기가 대단하다”며 “외국투자자들은 결국 우리 업체를 발판으로 중국 등 아시아시장까지 진출할 계획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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