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郡단위 지자체 '우수학생잡기' 안간힘

  • 입력 2001년 8월 20일 18시 56분


‘우수한 학생들을 계속 도시에 빼앗긴다면 군(郡)의 미래는 없다.’


군 단위 자치단체들이 인구 감소의 주된 원인이 열악한 교육환경이라고 보고 교육투자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중학교까지는 고향에서 공부하다가 고교 때부터 도시로 빠져나가는 이탈현상을 막지 못하면 군지역은 공동화(空洞化)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절감하고 있는 것.


전국의 군 지역은 60, 70년대에 비해 인구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곳이 태반이다.

대구에서 50㎞ 떨어진 경북 군위군의 인구는 현재 3만2000명. 70년대만 해도 8만명을 넘었다.

군위군은 ‘교육입군(敎育立郡)’의 기치를 내걸고 99년 8월 교육발전위원회를 설립했다. 위원회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군위에서 고교까지 마음놓고 공부할 수 있는 교육여건을 만들지 못하면 군위의 미래는 없다”며 기금마련을 호소했다. 2년 동안 1100명이 참여해 모은 기금은 8월 현재 6억원.

위원회는 기금의 이자수입 등으로 중학교 졸업생 중 우수한 학생이 군내 고교에 진학할 경우 3년 동안 장학금을 지급하고 고교의 난방시설을 교체하는 등 교육환경 개선사업을 벌였다. 그 결과 지금까지 대구나 안동 등 도시지역으로 빠져나가던 중학교 우수졸업생 40여명이 올해는 군내 고교에 진학했다. 군내 고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대학진학률도 99년 67%에서 작년에는 78%로 높아졌다.

70년대 12만에 이르던 인구가 지금은 5만2000여명으로 쪼그라든 경북 성주군. 이곳도 97년 7월부터 교육발전위원회를 만들어 현재 장학기금 5억원을 모았다.

지난해 군내 고교에 진학한 우수학생 80여명에게 장학금 8000여만원을 지급하는 등 우수학생 이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인구 4만2000명인 경북 봉화군을 비롯해 고령군과 의성군, 칠곡군 등 대구 인근 지자체들도 이들 지역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군 관계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자녀의 교육문제 때문에 고향을 등지고 있다”며 “최소한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주민들이 믿고 기댈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이 같은 이탈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남 산청군은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구 13만을 헤아리던 ‘웅군(雄郡)’. 그러나 지금은 4만여명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산청군은 99년 8월12일 회원 200명으로 ‘산청군 향토장학회’를 설립하고 8억4000만원의 기금을 적립해 중고교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경남에서 인구수가 가장 적은 3만4124명인 의령군도 지난해 2월16일 회원 160명으로 ‘우리 고장 살리기 운동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지역 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의령군은 올 3월 2년제인 마산대학의 의령캠퍼스를 의령읍 중리 구 벽화초등학교 자리에 유치하기도 했다.

전남지역에서 인재 지키기와 명문고 육성에 가장 열성적인 자치단체는 완도군.

완도군은 94년 조례를 제정해 ‘완도군 장학진흥위원회’를 발족시킨 이후 지난해 12월말 군비와 담배판매 수익금, 군민 기탁금 등으로 50억7000만원의 장학기금을 조성했다.

완도군은 고교 신입생 유치와 학생들의 학력신장에 열성을 쏟은 완도고 교사들에게 격려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완도군은 완도고를 지역 명문고로 육성하기 위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 110명 전원에게 1인당 8만원씩을 지급하고 성적 우수자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 지금까지 6억5000여만원을 지원했다.

군의 명문학교 육성책에 힘입어 완도고의 경우 지난해 신입생 입학 경쟁률이 1.2대 1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71년 소양강댐이 건설되기 전까지 5만명을 넘었으나 현재는 2만3000여명에 불과한 강원 양구군. 향토인재 육성을 위해 96년부터 ‘양록장학회’를 설립, 해마다 150여명의 우수 고교생과 대학생을 선발해 고교생에게 50만원, 대학생에게 1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춘천·창원·광주·대구〓최창순·강정훈·정승호·이권효기자>sapi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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