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사 복원 뜨거운 논란…당시 건축양식 기록없어 왜곡 우려

  • 입력 2001년 8월 15일 18시 26분


발굴 결과를 토대로 추정해 만든 미륵사 목탑
발굴 결과를 토대로 추정해 만든 미륵사 목탑
백제 최대의 사찰이었던 전북 익산의 미륵사. 무너질 듯 위태롭게 서있는 국내 최고 최대(最古 最大)의 석탑(국보11호 미륵사지 탑)으로 유명한 사찰. 7세기 백제 무왕 때 창건됐으나 조선시대 때 폐허가 되어 지금은 빈터만 남아 있다.

익산시가 이 미륵사를 복원하려는 계획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익산시는 최근 미륵사 복원 용역 결과를 토대로 복원 계획안을 문화재청에 제출, 승인을 요청했다.

익산시의 계획안은 2002년부터 2008년까지 미륵사의 목탑 석탑 승방 등 중심 건축물을 복원하겠다는 것. 복원 위치는 현재의 미륵사지가 아니라 그 옆이다. 예상되는 총 공사비는 893억원.

익산시 관계자는 “미륵사 복원은 백제종합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익산지역의 다른 백제 문화재와 함께 고대 문화와 역사 교육장은 물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륵사 복원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문제.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백제 건축양식에 관한 기록이나 직접적인 유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건축물을 복원한다는 것은 오히려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

1980년부터 96년까지 의 미륵사지 발굴조사 결과, 사찰의 전체적 규모나 건물 배치 등은 확인됐으나 건축물 각각의 구체적 모습을 보여줄 만한 유물이 발견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미륵사를 복원한다고 해도 그것은 추정에 의한 복원이다. 이 점은 익산시도 인정한다.

한 미술사학자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불완전한 자료를 바탕으로 복원을 한다면 그것은 복원이 아니라 오히려 훼손이다. 1993년 복원한 미륵사지 동탑도 복원이 잘못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왜 이렇게 복원을 서두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 현 단계에선 무리”라고 비판했다.

미륵사지 발굴에 참여했던 한 고고학자는 “미륵사지는 현재 초석(礎石·건물을 세웠던 받침돌)이 잘 남아 있어 절터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절터 옆의 유물전시관에서 시청각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이것으로도 교육 기능은 충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륵사 복원은 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절충안도 있다. 문화재위원인 정재훈 한국전통문화학교교수는 “절터가 아니라 절터에서 좀 떨어진 곳에 복원한다면 검토해볼 수 있다. 단 조건이 있다. 하나의 안으로 실물 복원을 하고 그 옆에 다른 전문가의 안을 모형으로 만들어 함께 전시하는 것이다. 하나의 안을 강요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문화재청은 9월말∼10월초 이 문제를 문화재위원회 심의에 올릴 계획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