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현미' 개발한 전학주씨 "소화가 잘돼요"

  • 입력 2001년 7월 27일 18시 30분


현미(玄米)가 몸에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실제로 현미식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먹기 불편하기 때문. 현미밥을 제대로 소화하려면 80번 이상 씹어야 한다.

‘현미를 쉽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수많은 학자와 기업들이 묘안을 찾으려 달려들었지만 신통치 않았다.그일을 백발이 성성한 고졸촌부(村夫)가 이뤄냈다.

충남 당진군 합덕읍 농공단지 내 ‘현미나라’(041-363-9700∼1) 전학주 사장(60·사진). 10여년간의 고독한 연구 끝에 보통 쌀과 똑같이 밥을 지을 수 있고, 소화도 잘 되는 ‘활성현미’를 개발해 내는데 성공했다. 99년 10월에 국내특허를, 올 4월엔 미국특허를 받았다. 국내의 권위있는 교수들과 E마트 등 대형할인점 구매 담당자들도 상품성을 인정했다. 이제 소비자들의 평가만 남았다.

전 사장이 현미에 빠진 것은 미국 이민시절인 83년. 악성 위염에 걸려 한 달 가까이 물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지만 ‘현미 전도사’ 고 정사영 박사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았다. ‘껌을 씹듯 현미를 씹어라’는그의조언을실천한 것.

이후 현미식 보급에 발벗고 나선 그는 ‘모든 사람들이 편하고 맛있게 현미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는 정 박사의 부탁을 받고 91년 귀국, 연구에 몰두했다. 수도작, 종자학, 인체생리학 등을 파고 든 끝에 실마리를 찾았다.

“현미는 단단하고 질긴 지방질의 피막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수분이 침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밥도 잘 안되고, 씹기도 불편한 거죠. 현미가 물에 잘 붇도록 피막에 상처를 내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찾아낸 방법이 격자무늬를 낸 두 개의 롤러로 현미를 압착시키되 롤러의 회전속도를 다르게 해 피막을 찢어주는 것. 이전에 27%에 그쳤던 함수(含水)량이 80%까지 높아졌다. 이달 초 ‘활성현미’ 대량생산에 성공, 곧 시판할 계획이다. 한 봉지(800g)에 6000원.

“무엇보다 정 박사와의 약속을 지키게돼 다행”이라는 전 사장은 “현미식을 처음 시작하는 경우엔 우선 20% 정도만 섞은 뒤 점점 현미비율을 높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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