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김대건신부 실제 모습 북방계? 남방계?

  • 입력 2001년 7월 12일 18시 37분


한승호 교수가 복원한 김대건 신부흉상(오른쪽)과 조용진 교수가 복원한 흉상
한승호 교수가 복원한 김대건 신부흉상(오른쪽)과 조용진 교수가 복원한 흉상
한국 최초의 천주교 사제로 24세의 나이에 순교한 김대건 신부의 얼굴은 북방계형일까, 남방계형일까.

가톨릭의대 한승호 교수(해부학) 등이 복원해 최근 발표한 김 신부의 흉상과 1997년 서울교대 조용진 교수(미술해부학)가 복원한 김 신부의 흉상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김 신부의 실제 모습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두 흉상은 모두 1971년 가톨릭의대가 촬영한 머리뼈 사진과 계측치를 자료로 삼아 과학적으로 제작된 복원상. 둘 다 이마가 직각에 가깝게 서있는 점, 머리 뒤통수가 납작하지 않고 동그란 점, 아래턱이 발달한 점 등 큰 골격에 있어서는 대체로 일치한다.

그러나 뼈에 살을 붙인 얼굴의 인상은 같은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 얼굴의 인상은 흔히 눈 코 입이 크게 좌우하는데 두 흉상에서 뚜렷이 구별되는 것은 코와 입. 조교수가 만든 흉상에서는 코의 길이가 짧고 입술이 두툼한 반면 한교수가 만든 흉상은 상대적으로 코의 길이가 길고 입술은 보통 두께를 갖고 있다. 대체로 조교수가 만든 흉상은 남방계형에 가깝고 한교수가 만든 흉상은 북방계형에 가깝다.

이러한 차이는 도대체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한국인 얼굴의 지역적 차이에 관심을 가진 조교수는 “김신부가 태어난 충남 당진 솔뫼 지역 사람들의 얼굴 특성과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유전적 형질 등을 중시했다”고 말했다. 당진지역은 서해안 바닷가로 남방계형이 많다. 특히 김신부의 모친은 제주 고씨인데 인근 집성촌에 살고 있는 제주 고씨들 역시 남방계형의 얼굴을 갖고 있다. 따라서 조교수는 김신부의 얼굴이 남방계형에서 벗어날 확률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고 복원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한교수는 김신부가 남방계형 혹은 북방계형이라고 단정하는 것 자체가 선입견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인의 얼굴이 지역에 따라 남방계형 혹은 북방계형으로 구분될 만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과학적인 분석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교수는 김신부의 마른 신체조건과 유사하고 21∼26세의 나이에 해당하는 한국인 163명의 자료를 바탕으로 머리뼈의 형태와 얼굴 생김새의 상관관계를 측정해 얼굴의 살을 붙였다.

그러나 ‘한국인은 남방계형 유전자보다 북방계형 유전자가 80% 정도 많다’는 조교수의 의견을 받아들인다면 한교수처럼 단순히 평균을 내는 방식은 북방계형의 얼굴모습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김신부의 사진이 나타난다면 누구의 흉상이 더 실제 모습과 가까운지 밝혀질 것이다. 두 교수는 김신부가 1842년 프랑스 세실 제독의 통역관으로 발탁돼 난징(南京)조약 참관인으로 조인식때 참석해 찍은 사진 등이 어딘가에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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