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모임 제 목소리 낸다

  • 입력 2001년 5월 1일 18시 52분


◇대안연대…비전@한국…미래전략연구원…

《지식인들이 사회 개혁과 적극적인 현실 참여를 내걸고 잇따라 모임을 결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999년 말 ‘개혁과 대안을 위한 전문·지식인회의’가 발족된 이후 최근 ‘신자유주의 극복을 위한 대안정책연대회의(이하 대안연대)’, ‘비전@한국’, ‘미래전략연구원’ 등이 연이어 구성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직 수면위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물밑에서 모임 결성을 모색하는 지식인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혼돈 상황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이념적인 ‘제3의 길’을 제시하거나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내놓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모임들을 만들게 된 배경, 활동 방향, 이들이 밝히는 지식인 집단의 역할 등을 살펴 본다.

▽모임 결성 배경〓전문·지식인회의 황병덕 공동 부대표는 “양적 성장을 중시하던 70, 80년대의 ‘박정희 식’ 사회모델이 무너지고, 질적 성장을 중시하는 지식기반 사회가 도래하면서 지식인들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고 모임 결성 배경을 설명했다.

각국의 지식인들이 이같은 세계사적인 대변환기를 맞아 대안 제시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지식인들도 적극 나서 새 시대와 우리 실정에 맞는 사회모델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올해로 출범 4년째를 맞는 국민의 정부가 정권 초기 도입한 정책들이 차츰 ‘성적표’를 드러내는 점도 지식인 모임이 활성화되는 이유와 관련이 있다. 지식인들이 ‘이같은 정책들이 과연 최선의 대안이었는가?’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한 것.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는 “기존 대안들에 대한 비판을 통해 더 나은 방안을 모색해볼 시점이 온 것”이라고 말한다.

▽활동 방향〓각 모임의 목표는 세부적인 면에서 차이가 난다. 대안연대는 ‘신자유주의 극복’이라는 방향을 설정하고 신자유주의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적 병폐를 극복하는 데 주력하는 반면, 비전@한국과 미래전략연구원은 지식정보화 세계화 남북한통합 국제전략 등에 연구초점을 맞추고 있다.

러나 일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안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동국대 북한학과 박순성 교수는 “순수한 의도로 결성된 모임일지라도 명확한 지향점이 없을 경우 특정 정파를 강력히 지지하는 한두 사람에 의해 모임 전체가 정치세력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미래전략연구원 윤영관 원장(서울대 외교학과 교수)은 “우리가 내놓은 정책 대안이 설령 특정 정당의 대안과 일치하더라도 이는 지식인들의 양심적 판단에서 나온 것이므로 정치적으로 해석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지식인 집단의 역할〓모임을 결성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지식인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들은 다양한 전공의 학자들이 모여 역량을 결집시키고 심도깊은 토론과 연구를 하게 되면 우리 사회 현안에 대해 충분히 방향 제시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숫적으로 이런 모임들이 확대된다면 대안 제시의 차원을 넘어 더 큰 힘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이들은 도덕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식인들의 잇따른 모임 결성은 사회주의권 붕괴와 민주적 정권 교체 후 암중 모색에 들어갔던 지식인들이 다시 현실 문제에 대해 집단적으로 발언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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