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한일관계사 7번째 연구서 펴낸 최재석교수

  • 입력 2001년 5월 1일 18시 52분


◇"5~6세기 일본 조선술 낙후…한반도지배 불가능"

사회학자이면서도 한일(韓日)관계사 연구에 몰두해온 최재석 고려대 명예교수(75)가 자신의 일곱 번째 한일관계사 연구서인 ‘고대한일관계와 일본서기’(일지사)를 내놓았다. 이 책은 최근 일본 역사교과서 파문 속에서 일본의 대표적 역사서인 ‘일본서기’를 심층 분석해 고대 일본의 한반도 지배설을 전면 부정하고 있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책은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했다고 주장하는 5∼6세기 일본열도에는 한반도에 영향을 줄 만한 정치집단이 존재하지 않았고 천황은 군대도 동원할 수 없을 만큼 지위가 보잘것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당시 일본은 한국인이나 중국인의 도움 없이는 한반도나 중국에 갈 수 없을 만큼 조선술과 항해술이 낙후돼 있었다는 기록을 그 증거로 들고 있다.

한국가족제도사 분야에 독보적인 업적을 갖고 있던 최 교수가 고대한일관계사 연구로 방향을 바꾼 것은 1985년.

“조선후기부터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며 가족제도사를 연구하다가 신라시대에 이르렀을 때 일본인들이 우리 역사를 조작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한국학자들까지도 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저라도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첫 성과가 그 해 발표한 논문 ‘삼국사기 초기기록은 과연 조작된 것인가’였다. 이 논문에서 최 교수는 ‘삼국사기’의 초기 기록이 조작됐다는 일본인들의 주장이 고대 일본의 한반도 지배설을 뒷받침하기 위한 역사 왜곡이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매년 10∼20편의 관련 논문들을 발표해왔다.

하지만 그의 연구는 국사학계에서 거의 외면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는 “국사학계가 일본인의 설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서울대 국사학과 노태돈 교수는 “최 교수의 주장에는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다만 학계의 원로이기 때문에 직접적 비판은 피하고 싶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하지만 최 교수는 이런 분위기가 더 불만이다. 자신의 주장이 잘못됐다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공개적으로 논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번 책 출간을 끝으로 지난 16년 동안 계속해온 고대 한일관계사 연구를 일단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학자들은 최 교수의 연구를 ‘말없이’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 교수의 저서를 출판해 온 일지사에 따르면, 최 교수의 책들은 학자들만 보는 전문서적 임에도 평균 800∼1000부씩 판매된다는 것. 그리고 50∼60부씩은 일본에서 수입해 간다고 전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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