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학교]서울 경일초등교

  • 입력 2001년 3월 27일 19시 13분


◇낮에 배움터, 밤엔 주민의 쉼터

“늘 학교 문턱을 낮춰 주민을 교육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일을 꿈꿔왔습니다.”

학부모와 자녀가 손을 잡고 뛰어 놀다 자녀의 교실을 둘러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학교. 주민과 학생들의 놀이터이자 배움터인 학교. 대부분의 도심 학교는 이같은 모습과 거리가 멀다.

칙칙해 보이는 시멘트 담에 둘러싸여 운동장에는 낡은 철봉과 미끄럼틀 등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여느 학교와 다를 바 없었던 서울 경일초등학교(서울 성동구 성수동)는 불과 1년여만에 이같은 모습으로 변모했다.

99년 9월 이 학교에 부임한 홍석관(洪錫寬) 교장은 크고 작은 공장이 밀집해 있어 주변에 아이들이 뛰어 놀만한 변변한 공원 하나 없는 이 곳을 좀더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세일즈 교장'구-시청서 4억 모아

문제는 돈이었다. 홍교장은 직접 성동구청의 문을 두드렸다. “제 별명이 ‘세일즈 교장’입니다. 주어진 예산만으로는 결코 학교를 변화시킬 수 없어요. 교장이 발로 뛰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홍교장은 구청과 시청을 드나들며 지금까지 총 4억6000만원을 모았다.

지난해 4월 학교 서쪽의 우중충한 시멘트 담을 과감히 허물고 산수유나무 뽕나무를 심고 10여개의 나무의자를 만들었다. 운동장에 트랙을 만들고 밤에도 주민이 운동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조명등을 설치했다. 밤에는 학교 건물의 출입구를 잠그기 때문에 주민 편의를 위해 이동화장실 3곳도 설치했다. 학교 도로변에 방음벽과 화단을 조성하고 학교 건물을 산뜻하게 새로 칠했다.

▽나무 울타리-벤치 '공원 온듯'

주민은 ‘대환영’이었다. 학교에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 생긴 셈이었다. 학교를 찾는 주민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학교와 지역사회가 ‘우리는 하나’라는 공동체로 변모했다. 자녀의 손을 잡고 학교를 찾는 주민은 자녀들과 몸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점차 늘었다.

매주 일요일 저녁 자녀와 함께 운동장을 찾는다는 신고승씨(37·회사원)는 “밤늦도록 아이와 함께 공차기도 하고 조깅도 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조영동씨(37·자영업)는 “아버지들이 아이가 다니는 학교를 찾아 둘러본다”며 “학교가 바뀌면서 온 가족이 자연스럽게 자녀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경일초교는 올해 소나무 살구나무 등나무 등을 심고 학교 울타리를 장미덩굴로 꾸밀 계획이다.

홍교장은 “지역사회와 학교가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전인교육을 할 수 있다”면서 “학교는 배움의 공간이자 지역사회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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