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험성적+수필+인터뷰가 당락 좌우

  • 입력 2000년 12월 24일 18시 55분


하버드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동아일보에 만화 ‘하버드맨’을 연재 중인 켄트 킴(김형섭)은 자신이 경험한 하버드대의 신입생 선발과정과 수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들려주었다.

고교 내신과 수능시험성적, 몇 개의 에세이, 선배와의 인터뷰가 당락을 결정짓는 평가기준이 된다. 물론 리더의 자질을 증명할 수 있는 활동경력을 덧붙이면 유리하다. 학교신문 편집장이나 풋볼팀 주장으로 활동한 것도 도움이 된다.

◇헌혈등 사회활동 중요시, 대학생활 적응여부 평가◇

▽입학 과정〓나는 2년 연속 그림 분야에서 뉴저지주 대표 고교생으로 뽑혔던 일, 전시회를 연 일을 사진으로 정리해 제출했다. 복사한 상장과 내가 그린 그림도 냈다. 에세이는 ‘너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큰 에세이와 다섯 개의 작은 에세이를 제출했다. ‘교내 활동 중 가장 의미있었던 일과 그 이유’ ‘감명 깊게 읽은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써 봐라’ 등이 에세이 주제였다.

인터뷰는 하버드대 선배인 50대 회사 중역이 담당했다. 먼저 “헌혈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사회에 얼마나 공헌할 수 있느냐’가 자질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하버드대에는 우리 식으로 하면 ‘골 때리는 친구’가 합격할 가능성이 높다. 모험심이 있고 다소 엉뚱해 보이는 학생이 리더십이 있고 선구자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학교에서는 반장이 되는 것을 싫어한다. 성적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버드대에 갈 때는 반장 경력이 확실한 플러스 알파가 된다.

그런데 나는 떨어졌다. 하버드대측은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하버드대에 잘 적응할지 염려스러웠다”고 낙방이유를 설명했다. 나는 코넬대에 들어갔고 결국 입학보다 더 어려운 ‘트랜스퍼(편입)’ 학생으로 하버드대에 들어갔다.

▽하버드대의 수업〓미국 명문대의 수업은 학생이 원하는 것에 맞춘다. 언제 어디서나 학생의 지적 호기심을 얼마나 깊이, 빨리 충족시키는가가 초점이다. 교수는 자신의 의견이 100% 맞는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동료와 선배의 위치에서 같이 연구한다.

하버드대는 ‘졸업장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가르친다. 하버드출신이 모두 사회에 뿌리를 내려 성공한다고 보지 않는다.

취직해도 안정이 보장되지 않고 특히 ‘공짜가 없다’는 점을 가르친다. 그리고 기숙사에서 강의실까지 5분밖에 걸리지 않아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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