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중앙로 '노점상 1번지']노점상 '2평 좌판' 권리금이 1억

  • 입력 2000년 12월 13일 19시 30분


13일 오후 5시반경 서울 중구 명동 밀리오레 명동점 앞.

20대 초반의 두 젊은이가 리어카 위에 불법복제한 최신가요 CD와 테이프를 주섬주섬 펼쳐놓기 시작했다. 10여분간 ‘영업준비’를 끝낸 이들은 ‘판촉전’에 들어갔다.

‘금싸라기 상권’ 답게 10∼20대 손님들이 쇄도해 1시간만에 30만원어치나 물건을 팔아치웠다.그 사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은 액세서리, 의류, 먹을거리 노점들도 밀려드는 손님들로 북적댄다.

5개월째 영업중인 액세서리 노점상 김모씨(32)는 “목 좋은 곳에서는 한달 평균 500만∼10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귀띔한다.

점상의 엘도라도’, ‘대한민국 노점상 1번지’…. 명동 밀리오레 명동점에서 한빛은행까지 중앙로 250여m구간 노점상들에 붙여진 질시 어린 ‘별칭’이다. 유명세나 자릿세, 매출규모에서 종로나 강남일대의 생계형 노점상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월 순익 최하 500만원" 너도나도 '입성'노려

이 지역 노점상 상당수는 개인이나 특정조직이 여러 노점을 ‘거느리는’ 기업형인 점이 특징.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권리금은 최하 5000만∼7000만원선. 연간 70만원 남짓한 임대료에 월 10여만원의 사용료를 내는 종로나 강남지역의 수십배 이상이다. ‘노른자위’ 지점은 수천만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된다. 이곳을 단속하는 경찰관계자는 “입구쪽 밀리오레 앞이나 출구의 한빛은행 앞 등 ‘핵심상권’은 2평 남짓한 좌판의 권리금이 1억원을 웃돈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 고용-2교대도

비싼 ‘자릿세’에도 대다수의 노점상은 ‘중앙로 입성’에 목을 맨다. 비용을 빼고도 매달 최하 500만원의 순익이 보장되기 때문. 한 상인은 “1억원 이상의 권리금이 붙는 ‘명당’의 경우 하룻밤에 200만∼300만원을 벌어들인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명동지역 전체 노점 230여개 중 중앙로 일대의 노점수는 60여개. 노점형태는 크게 리어카와 일명 ‘짝다리’로 불리는 키낮은 리어카, 벽걸이 좌판 등으로 나뉜다. 영업시간은 오후 5∼10시.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일부 노점상들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거나 2교대로 영업을 한다. 화장실은 인근 은행 등을 이용하고 물은 공동수도가 없는 탓에 멀리서 차로 운반해온다. 한 노점상은 “식사는 교대로 노점을 봐주면서 인근 식당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5만원 과태료 물고 또 영업

노점상 절대금지구역인 명동 한복판을 ‘점령’,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들은 20년 넘게 독자적인 상권을 형성한 ‘명물’로서 인정해달라는 입장이다. 모자노점을 하는 김모씨(32)는 “수천만원의 권리금은 극히 일부 노점에 국한된 사례이며 생계형 노점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하면서 “거리청소와 쓰레기 관리는 물론 가급적 인근 상가에서 취급하는 품목은 판매를 자제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구청은 노점상의 ‘완전근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 음성적인 권리금 거래는 밝히기 힘들뿐더러 조직화된 노점상들의 반발로 단속에 낭패를 겪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중구청의 한 관계자는 “노점을 벌이다 적발되면 5만원의 과태료만 물고 이튿날 다시 영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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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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