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외특구' 대치동이 뜬다…밤을 잊은 '학원1번지'

  • 입력 2000년 12월 6일 19시 03분


◆ 절반이 타지서 원정 수강생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J학원 강의실. 250여명의 학생이 이 일대 유명 논술강사로 알려진 J씨(30)의 강의를 듣고 있다. 수능을 끝내고 마지막 남은 논술을 대비하기 위해 모인 고교 3년생들이다.

수강생 중 절반에 가까운 100여명이 대치동이 아닌 타지역에서 온 것이 특징. 지방에서 ‘원정’온 학생들도 있다.

충주여고 3학년 박모양(18·충북 단양군)은 “수능이 끝난 뒤 학교에는 가지 않고 고속버스로 대치동 학원을 다니고 있다”며 “우리 학교 3학년 중 상위권 20여명은 왕복 여섯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대치동에 와 과외를 받는다”고 말했다.

5일 밤 10시반경 인근 H학원 앞. 2시간의 수업을 마치고 쏟아져 나오는 200여명의 학생을 데리러 온 학부모들 차량으로 학원 앞은 때아닌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경남 통영여고 3학년 김모양(18)은 “수능이 끝나자마자 서울 송파구 오금동 큰아버지댁으로 옮겨 대치동 학원 두 곳을 다니며 논술에 대비하고 있다”며 “고시원에서 자취하며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있다. 서울에서, 그것도 대치동에서 과외를 받는다고 하면 급우들이 부러워한다”고 전했다.

대치동이 ‘과외특구’로 떠올랐다. 학원과외가 재학생 중심으로 바뀌면서 과거 재수생 중심의 대형 학원이 밀집해 있었던 서울 노량진이나 종로 일대는 상대적으로 불황인 반면 대치동이 고교생 중심의 ‘학원 1번가’가 됐다. 특히 4월 과외자유화 이후 대치동은 ‘학원특수’를 누리고 있다.

◆ 유명강사 한달전 수강신청 '끝'

서울에는 구별로 평균 입시학원 4개와 보습학원 140개가 있다. 하지만 강남구에는 입시학원 13개, 보습학원 360여개가 몰려 있고 이중 입시학원 7개, 보습학원 127개가 대치동에 밀집돼 있다. 교육청에 등록할 필요가 없는 학생 9명 미만의 학원까지 포함하면 대치동의 학원 수는 총 400여개에 이른다는 게 학원 관계자들의 얘기.

그러나 이 정도로도 넘쳐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이달 말 개강하는 유명 강사들의 강좌는 진작에 수강신청이 끝난 상태다. 대형학원 중 하나인 H학원 관계자는 “오후 6∼9시 사회탐구 영역 강좌는 250명 정원에 서울 전역은 물론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에서 1000여명이 몰렸다”며 “밤 9시∼오전 1시 강좌도 빈 좌석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학부모의 교육열이 높고 대형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중산층이 몰려 있다. 때문에 수요가 많다는 분석이다.

한 학원 관계자는 “대치동 일대의 아파트는 의사 교수 법조인 정치인이 많은데 이들은 입시정보를 빨리 얻고 듣는 이야기도 많아 입시전형이 바뀌더라도 신속히 대응한다”며 “학원들도 유능한 강사를 영입하고 프로그램을 다양화해 질적 경쟁을 하다보니 입소문이 퍼져 이곳이 학원1번가로 부상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 2~5명 '정예과외' 부르는 게 값

대치동 학원가의 특징은 한마디로 다품종 전문화로 크게 세가지 유형이 있다.

‘족집게 강사들’이 대형 학원을 중심으로 100∼200명이 듣는 대강좌를 개설, 시간대별로 학원을 옮겨다니며 강의하거나 학력 수준 또는 과목별 취약 정도가 비슷한 학생 10∼20명씩이 팀을 짜 과목 분야별로 집중과외를 한다. 또 2∼5명의 ‘정예과외’도 있다. 대형학원 수강료는 1인에 6만원선이지만 10명 내외의 강의는 1인에 25만원 정도로 비싼 편. 정예과외는 강사 수준에 따라 부르는 게 값이다.

어떤 형태든 학생들 수요만 있으면 학원측이 강사섭외에서 강의실 마련까지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 상품개발에 성공만 하면 1년치 수익은 이미 떨어진 것이라고 이 일대 학원 관계자들은 자랑한다.

<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