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공동 여론조사/韓日美中국민 의식]기고/남궁곤

  • 입력 2000년 12월 4일 18시 35분


이번 여론조사의 한일관계 부분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17%이고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20%를 넘은 대목이다. 이는 90년대 이후 실시된 한일 공동여론조사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한일관계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상호 호감도의 증가는 한국과 일본이 상대국의 이익에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인식은 물론 상대국에 대한 국가신인도와 나아가 상대국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정책에 대한 지지도가 증가했다는 것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한국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 일본 천황의 방한에 대한 지지도가 높게 나타난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좋은 예라고 하겠다.

보통 양국 관계에서 국가호감도는 장기간 누적되고 점진적인 사건에 의해 결정돼 지속된다.

따라서 한일 양국민의 상호 호감도는 양국의 민주화 정도, 양국의 사회문화적 유사성, 그리고 양국간 교류 정도에 따라 좌우되고 유지된다.

이번 조사결과는 90년대 이후 한국에서 민주화가 진행됨에 따라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꾸준히 증가해온 점이 반영된 것이다. 또 한국과 일본의 경제협력과 문화교류가 활발히 진행돼온 점을 고려하면 양국민의 상대국에 대한 호감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약 90%의 한국인과 60% 가까운 일본인이 양국 사이에 사죄, 피해보상, 역사인식, 교과서 등 식민지 지배와 관련된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한일간 오랜 현안인 과거사 청산문제가 양국민의 호감도가 더욱 증가할 수 있는 여지를 제약하고 있는 셈이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한일 양국 응답자의 87%가 각각 잘된 일이라고 응답한 반면 절반 가량의 응답자가 군사적 위협을 느끼는 국가로 북한을 꼽았다.

앞으로 전개될 남북한 관계 진전과 한반도 평화정착 여부가 한국인과 일본인의 호감도 변화에 중요 변수로 남아 있다.

남궁곤 (동아일보 21세기 평화연구소 상임연구위원·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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