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민중예술가 임옥상展…'철의 시대'에 전하는 '흙의 소리'

  • 입력 2000년 11월 28일 19시 01분


민중미술계의 ‘스타’ 임옥상(50)이 거대한 흙덩어리와 쇳덩어리를 하나씩 실고 나와 전시회를 연다. 12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

임옥상은 ‘규모의 미술’, 즉 스케일로 승부를 걸기 좋아하는 작가다. 흙으로 만든 인두(人頭) ‘흙의 소리’는 길이 5m 50cm, 높이 3m 20cm에 이르고 철로 만든 탄두(彈頭) ‘철의 시대’는 길이 9m, 높이 2m 40cm에 이른다.

흙은 부드럽고 따뜻하다. 철은 딱딱하고 차갑다. 흙이 생명과 평화를 상징한다면 철은 그 배타성으로 문명과 폭력을 상징한다. 사람의 두상과 폭탄의 탄두는 흙과 철이 갖고 있는 상반된 속성을 형상화한 것이다.

임옥상은 오래 전부터 흙의 느낌만으로 된 거대 조형물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러나 흙을 만들어 사용해봤지만 신통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황토방 시공기술을 실용화한 목포대 황혜주 교수를 만나서야 비로소 흙만으로 거대한 두상을 빚었다. 그는 “도저히 열 수 없었던 문이 움직이기 시작한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흙으로 한 고비를 넘고서야 철이 눈에 들어왔다. 10월 아시아 유럽정상회의(ASEM) 기간 중 경기 화성군 매향리 미 공군 폭격장의 폭탄 파편으로 만든 ‘자유의 신’을 선보였다. 이번에 만든 ‘철의 시대’에도 매향리의 잔해물들을 쏟아부었다. 막상 철이 산소용접기 한 방에 뚝뚝 잘리는 것을 지켜보며 ‘잘 알지도 못하면서 철을 배타적으로만 생각했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는 철과 흙이 상극(相剋)하지 않고 상생(相生)하는 작품을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02―736―1020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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