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문화연구원 한상진원장 거취-업무 싸고 시끌

  • 입력 2000년 11월 12일 19시 20분


한국학의 본산임을 표방하며 설립된 한국정신문화연구원(정문연)이 표류하고 있다.

한상진원장(55)의 거취 및 업무 관련 문제가 불거지는 등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정문연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김정숙의원은 “1999∼2000년 채용된 초빙연구원 중 한원장의 전공인 사회학 관련자가 약 30%에 달하는 문제 등으로 인사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고, 연구과제 평가를 같은 연구실 소속 교수에게 맡기는 등 운영에 공정성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문연 관계자들은 기본적으로 역사와 전통 국사 민속 전통미술 국문학 등 우리 전통의 정신문화를 연구하는 곳이 정문연인데 주력 연구분야가 아닌 사회학 전공자들이 많이 들어온 데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

◆ "연구과제 평가 불공정"

한원장은 총선 직전 386세대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보는 개인연구 결과를 놓고 정문원 차원의 학술대회를 열었다. 총선 당시 화두였던 386세대 역할론을 통해 현정권의 이데올로기를 뒷받침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이기도 한 한원장은 98년말 부임하면서 2년 이상 휴직을 허용하지 않는 서울대의 규정에 따라 임기 3년 중 2년간만 원장직을 맡기로 했었다. 그러나 그는 12월 25일로 휴직기간이 만료되면 1년간 파견형식으로 해 줄 것을 교육부에 요청했다.

정문연 교수총회에서 ‘특별위원회’로 결성된 원로교수위원회(회장 유완빈교수)는 최근 정문연 교수 49명(재적 5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한 32명 전원이 한원장의 자질과 직무수행에 회의를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한원장은 이와 관련,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임기연장은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은 설문조사의 객관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일부 교수들의 폭력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 임기약속 깨고 연장 요구

역사학회 미술사학회 한국18세기학회 세계국제법협회 등 11개 학술단체 대표들은 최근 약탈문화재 반환을 위해 문화재를 등가교환하기로 한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와중에 외규장각 도서 반환협상 한국측 대표를 맡고 있는 한원장의 입장과 달리 정문연 산하 장서각 국학팀은 우리 문화재를 내주고 외규장각 도서를 찾아오는 이른바 맞교환식 반환방식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리해 인터넷 홈페이지(www.aks.ac.kr)에 올렸다. 국학팀은 이 글에서 외규장각 도서는 흥정의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맞교환방식으로 타결될 경우 장서각 소장 고문서도 프랑스에 내 줄 대상이 된다. 서울대 규장각은 이미 맞교환방식에 반발한 바 있다.

장서각 국학팀은 한원장의 외규장각 도서 반환협상이 정문연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에는 왜 정문연원장이 협상에 나서느냐는 학계 시각이 깔려 있다. 서울대 법대 백충현교수는 “협상대표는 개인이 할 일이 아니고 외교통상부에서 해야 할 일”이라면서 “외교통상부 관계자나 규장각 관장 등이 학계의 자문을 받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할 일에 직접 관계가 없는 한원장이 나섬으로써 학계의 의견과 여론을 반영하지 못하고 거센 반발을 사게 됐다”고 분석했다.

◆ 외규장각 협상대표도 문제

한원장은 이에 대해 “외규장각 문서를 들여와야 한다면 실사구시(實事求是)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번에 유일본을 들여오기로 합의한 것은 일단 협상의 진전이다”고 말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