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펼쳐지고 있는 명청황조(明淸皇朝) 미술대전은 양조(兩朝)에 걸친 중국 회화의 진수를 한 자리에 모은 참으로 보기 드문 전시다. 비운의 황제 부의(溥儀)가 북경의 자금성에서 봉천 박물관으로 다시 요녕성 박물관으로 옮겨온 이 보물들은 명청 시대의 화려했던 문화사와 사회사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전시작 중에는 소주(蘇州)의 번화한 모습을 12m가 넘는 두루말이에 정교한 극세화로 담은 고소번화도(姑蘇繁華圖) 같은 작품도 있다.
건륭제의 남순(南巡:남방순례) 중심지였던 소주는 중국인들이 살아서가 아니면 죽어서라도 묻히고 싶다고 할만큼 아름다운 곳인데, 이 그림에는 소주의 수려한 풍광 속에 무려 12000여 인물과 260여 상점, 400여 척의 배와 50여 교량을 그려 넣고 있다. 1700여 인물이 등장하는 정조대왕 때의 ‘반차도(班次圖)’를 떠올리게 한다.
그밖에 심주(沈周), 문징명(文徵明), 동기창(董其昌), 팔대산인(八大山人), 석도(石濤)와 금농(金濃), 나빙(羅聘) 등 동양 미술사의 거성들의 명품들이 찬란하게 펼쳐진다.
이 전시에는 문인화를 비롯, 궁중 의궤화와 풍속화, 불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나와있고 절파와 오파를 비롯한 여러 유파의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전시를 위해 예술의 전당 정형민 전시 본부장이 중국을 넘나들며 혼신의 정성을 쏟은 것으로 알고 있거니와 과연 전시는 그러한 정성과 노력에 값할만한 위상을 드러내 주고 있다.
이 명품들을 통해서 우리는 서구미술 일색으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 새삼 ‘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 가득한 동양 예술의 맛과 멋을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가을이 가기 전 꼭 한 번 관람하기를 권한다. 19일까지
김병종 (화가·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