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구는 내 손으로" 홍대앞 가구거리 'DIY메카'로

  • 입력 2000년 9월 25일 18시 37분


“책상은 필요한데 방은 좁고, 내 마음에 드는 건 80만원은 줘야할 것 같고.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했죠.”

홍익대 앞 ‘내가 디자인하고 만드는 가구’ 단골인 주부 박주연씨(28·서울 영등포구 당산동)는 벌써 네댓 개의 가구를 만든 ‘목수’다.

책상이 들어갈 자리에 딱 맞춰 쓱싹쓱싹 집성목을 톱질해서 바퀴 달린 서랍장과 책꽂이를 만들고 그 위에 나무판을 올려놓았더니 근사한 책상이 됐다. 작업기간 이틀, 비용은 15만원. 박씨의 집을 찾은 이웃들은 “어디서 이런 책상을 샀느냐?”며 부러워했다.

재미를 붙인 그는 책장도 만들었다.

“미술전문 서적이어서 보통 가구점에서 파는 책장에는 꽂을 수가 없었거든요. 내가 직접 우리 집에 맞는 가구를 만들어서 좋고, 튼튼해서 더 좋아요. 16만원 들었으니 사는 것보다 훨씬 싸죠.”

타고난 목수는 아니었다. ‘내가 디자인하고…’엔 동호회가 조직돼 있어 1년에 회비 5만원을 내면 만드는 법도 가르쳐주고 목재며 나사 경첩 등 재료비도 25% 싸게 해준다. 힘들어서 못 만든다면? 재료비의 15%를 더 내면 전문가들이 만들어준다.

홍익대 앞엔 이처럼 원하는 가구를 주문하고 직접 만들 수도 있는 소가구 전문점이 나란히 들어서 있다. 원조는 96년 문을 연 ‘미켈란’. 산울림소극장 못 미쳐 자리잡은 ‘미켈란’에서부터 홍익대 앞까지 20여 곳이 ‘원목 가구 주문제작’ ‘MDF(톱밥을 눌러 나무판처럼 만든 것)전문’ 등의 간판을 달고 있다.

5월에 문을 연 ‘item’ 대표 조인원씨는 “원하는 자리에 딱 맞는 가구를 놓을 수 있어 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 이곳 가구점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그래서 원룸에 사는 독신자, 개성 있는 가구를 찾는 젊은 주부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 거리에서 취급하는 제품은 책상 수납장 책장 등 소가구가 대부분. 원하는 사이즈와 디자인에 따라 가구를 만들어준다.

재질은 원목과 MDF의 두 종류인데 가격은 원목으로 만들 경우 책상이 8만∼20만원, 수납장 20만∼30만원, 책장 10만∼30만원. 너무 개성 있는 디자인을 원할 경우 기성가구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질 수 있다. MDF는 35㎝×35㎝크기 박스를 기준으로 5000∼6000원. 집까지 실어 가는 배송비용(서울시내 2만∼3만원)은 별도다.

‘내가 디자인하고…’와 ‘미켈란’등은 소비자가 가구를 직접 만들 수 있는 DIY(Do It Yourself)제품도 취급한다.

못질 한번 안 해본 여자도 치수에 맞춰 목재를 자르고 드릴과 공구로 조립하는 정도는 한시간 정도 연습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 ‘내가 디자인하고…’의 동호회원 160여명도 대부분이 주부이다.

◇'나만의 가구' 이런점 유의하세요

DIY가구든, 주문가구든 홍익대 앞 가구거리를 찾을 때 챙겨야 할 일이 있다. ‘내가 디자인하고…’오진경 디자인실장의 조언.

△가구가 들어갈 공간의 치수를 ‘대충’‘눈대중으로’ 말고 정확히 재보고 와야 한다. 수납장이라면 어떤 물건을 놓을 것인지 염두에 두고 그 사이즈도 분명히 확인해서 적어온다.

△재질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잘 생각한다. 원목은 튼튼한 반면 비싸고 MDF는 저렴하다. 그러나 MDF엔 포르말린 성분이 들어있어 아이가 있는 집엔 아무래도 좋지 않다.

△경첩 나사 등은 값보다는 품질을 따져야 한다. 경첩이 나빠 애써 만든 가구문짝이 못쓰게 되지 않도록.

△주문제작할 때는 설계도와 영수증을 챙겨둔다. 완성된 가구가 당초 예상보다 다를 수 있으므로. “설계도같은 건 없어도 된다”는 곳은 피하는게 낫다.

△완성품을 찾을 때는 마무리를 꼼꼼히 살핀다. 모서리가 깨끗하고 깔끔해야 잘 된 가구다.

<김순덕기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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