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귀농자들 도시로 유턴…자녀교육등 걸려 확산

  • 입력 2000년 9월 18일 19시 17분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로 컴퓨터회사를 그만두고 98년 초 고향(경남 사천시 곤명면)으로 돌아왔던 김모씨(46)는 18일 “농촌 정착이 얼마나 힘든지는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말했다.

지방 국립대 농대를 나온 김씨는 귀농해 수자원공사로부터 하천변 부지 1만여평을 빌렸다. 첫해에 가을감자를 심었으나 흉작이었고 다음해에는 고구마를 심어 작황은 괜찮았으나 가격 폭락으로 인건비도 건지지 못했다.

‘떠나야 하나, 버텨야 하나’로 고민하던 그는 보험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함께 보험일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해 오자 빚을 내 2000만원의 귀농자금을 갚아 버렸다. 그리고 올해 초 진주시내로 나와 보험사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2년 동안 날린 돈이 3000만원을 훨씬 넘는다”며 “충분한 영농 경험이 없는데다 판로 개척 등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직장을 잃거나 농촌 생활에 대한 ‘환상’에 젖어 귀농했다가 재이농하는 가구는 늘고 대신 귀농 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게 최근의 현실이다.

경남의 귀농 인구는 97년 1378가구였으나 지난해 517가구로 줄었고 올 들어서는 85가구에 그치고 있다. 반면 재이농은 97년 19가구였으나 98년 74가구, 99년 86가구로 늘었고 올해도 19가구가 도시로 떠났다.

전남의 경우 97년 이후 귀농했던 2700여가구 중 220가구, 경북은 1150여가구 중 160여가구가 다시 도시로 떠났다. 전체적으로 재이농 가구가 7%선이어서 전국적으로는 귀농 가구 1만7800여가구 중 1200여가구가 재이농한 것으로 추산된다.

재이농 증가에 따른 문제도 적지 않다.

최고 2000만원까지 지급되는 귀농자금을 갚지 않거나 빚을 남겨둔 채 야반 도주하는 사람도 심심찮게 생기고 있다. 경남지역에서만 재이농 가구들이 상환하지 않은 농협 융자 금액은 4억8000여만원.

또 대부분의 귀농자가 농지 임차와 주거 공간 마련 비용으로 초기에 수천만원을 투자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금은 2000만원에 불과하고 자녀 교육 문제와 가족간의 갈등도 귀농 정착의 걸림돌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전국귀농운동본부 이병철(李炳哲)본부장은 “농촌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귀농했던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농촌을 떠났으며 앞으로도 재이농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득보다는 삶의 가치를 따져 귀농하는 사람들의 경우가 아니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사천〓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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