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개]'음악의 나라로 떠나볼까'

  • 입력 2000년 8월 4일 18시 37분


▼'오스트리아 음악기행 이탈리아 음악기행/귄터 엥글러 지음/백의/이수영 옮김/400,432쪽 각권 1만2000원.▼

음악의 나라를 꼽아보자면 어디일까. 누구나 오스트리아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면 이탈리아어로 쓰여있는 저 수많은 악상기호는?

답은 이렇다. 바로크시대까지 이탈리아가 유럽음악의 키를 쥐고 있었지만 고전주의 시대 이후 강력한 합스부르크 왕권 치하의 부유한 오스트리아가 음악사의 주도권을 빼앗아온 것. 이탈리아는 대신 오페라의 화려한 불꽃을 피워올렸다. 어쨌거나 두 나라 모두 악성들과 풍부한 옛 공연장의 자취를 통해 과거의 선율에 도취된 음악팬을 끌어모으고 있다.

만토바의 ‘학술극장’ 낙성식에서 있었던 열네살 신동 모차르트의 화려한 연주를 눈에 그려보고, 몇걸음 옮겨 오페라 ‘리골레토’에 등장하는 자객 스파라푸칠레의 여인숙에서 한 밤을 잘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또는 빈 거리 곳곳을 수놓았던 하이든 베토벤 슈베르트 시트라우스 등 대악성의 집을 차례차례 돌아볼 수 있다면.

독일 레클람 출판사 ‘트렙풍크트’(만남의 장소) 시리즈를 번역한 두 기행서는 여행 손가방에 실려 길안내 역할을 하기 족할 뿐 아니라, 자기 방 스피커앞에 앉아 있는 상상의 여행자에게도 충분한 즐거움을 준다.

브람스의 별장이 있던 트라운강(江)에서 그가 찢어버렸던 수많은 오선지가 강물에 떠내려가는 장면을 읽고 상상하며, 만년의 우울한 대작들을 흥얼거리는 식의 색다른 흥취가 책장 곳곳을 수놓는다. 그러나 대작곡가들을 위해서만 페이지가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스트라디바리 과르네리 등 현악기 제조의 거장들을 낳은 크레모나에서 현악기의 신선한 목질 향내를 맡을 수 있고, ‘악기의 왕’ 피아노를 낳은 피렌체에서 ‘왜 피아노가 당대 사회정신의 산물이었는지’를 실감할 수도 있다.

현대의 연주계 거장들도 이곳저곳에 ‘깜짝출연’한다. 잘츠부르크가 모차르트 뿐 아니라 카라얀이라는 20세기의 천재를 배출했다는 것은 잊혀지기 쉬운 사실. 시립극장과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우아한 2층집 아래서, 20세기 음악계를 흥분시킨 거장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의 고고성(呱呱聲)을 상상해도 좋을 것이다. 밀라노에서는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 영화음악가 니노 로타 등 내로라하는 수많은 명장들의 체취를 접한다.

책 말미에는 음악가 인명사전과 주요 음악제 정보가 실려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