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자-직각도로 직선으로"…서울시 '위험구간' 82곳 선정

  • 입력 2000년 7월 25일 18시 55분


‘S자형 급커브와 직각 코스를 바로 잡아라.’ 지난해 2월 개통한 서울시 내부순환로는 이제 하루 평균 11만대 이상의 차량이 다니는 동맥(動脈)으로 자리잡았지만 운전자들은 숨죽이는 ‘곡예운전’을 벌일 수밖에 없는 길이다. 도로 곳곳에 지뢰밭처럼 깔린 급커브 구간 때문이다.

이 곳을 지나는 차량의 교통사고 또한 빈발했다. 경찰 조사 결과 지난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내부순환도로 성산∼정릉∼동부간선도로 접속부 구간에서 발생한 교통 사고만해도 모두 221건에 달할 정도였다. 하루건너 하루 꼴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이 기간에만 8명 사망, 400명 부상의 기록을 세우고 있다.

마침내 구조가 엉망인 서울시내 도로가 수술대에 올랐다.

서울시는 5월15일부터 한달간 시내 도로 구조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여 정비가 시급한 82건을 추려냈다.

우선 도로의 굴곡이 심해 운전에 지장을 주는 대표적인 4곳은 모두 내부순환로였다. 평소 S자형 급커브로 악명이 높았던 서대문구청 부근을 비롯해 유진상가앞, 정릉사거리, 월곡동램프 부근이 정비 대상으로 꼽혔다. 유난히 교통사고가 많은 악명(惡名)의 배경에는 잘못된 도로 시설이 크게 한몫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는 것.

이와 함께 도로 기울기가 커 급경사를 보이는 3곳은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에서 나왔다.강변북로 일산 방향으로 마포대교에서 100m 못 미친 금호전기앞과 서강대교에서 100m 못 미친 현대아파트앞 도로가 대표적인 곳. 이외에 성산대교 남단 올림픽대로 부근 도로도 급경사를 보여 ‘수술 대상’으로 선정됐다.

서울시는 문제가 된 도로 정비를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올해 안으로 설계 용역을 마친 뒤 내년부터 2002년5월까지 연차적으로 개선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도로 내리막길이나 굴곡 부위에 깔린 미끄럼방지 시설 32곳도 문제가 됐다. 내부순환로나 올림픽대로에 많이 설치된 미끄럼방지 띠는 연속적이 아니라 듬성듬성 깔려 있어 오히려 소음과 도로 구조물 손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필요하다면 내리막길 구간 전체에 미끄럼방지 띠를 일제히 설치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복안이다. 나머지 정비 대상은 안내 및 경고 표지판이 없거나 가드레일 설치 등이 필요한 지점이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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