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이야? 전원주택이야?…안성 도피안寺 파격적 건축 눈길

  • 입력 2000년 7월 13일 18시 46분


경기 안성시 죽산 도솔산 자락에 자리잡은 도피안사(到彼岸寺). 최근 이 절 경내에 향적당(香積堂)이라는 아방가르드 불교건축물이 들어서 화제다.

아름드리 목재 기둥에 기와를 얹은 전통 사찰의 모습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고 언뜻 보기에는 서툰 기능주의 건물처럼 단순하다 못해 투박한 느낌까지 준다. 하지만 건물에 다가갈수록 금새 생각이 달라진다.

향적당의 압권은 콘크리트 기둥위에 선방(禪房)이 자리잡고 있는 활공루(活功樓,건물의 오른편 끝). 주지 송암(松菴)스님은 “선방밑으로 바람이 지나고 다람쥐가 오고가는 누각의 개념을 살린 건물”이라고 설명한다. 콘크리트 기둥에는 서체 디자이너인 홍익대 안상수 교수가 세련된 한글체로 주련(柱聯)을 써 붙혔다.

활공루 밑을 지나 1층에 올라서면 종무소가 아니라 식당이 나타난다. 종무소를 1층에 두는 것은 ‘종무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생각으로 2층으로 올려버린 것. 2층에 올라서면 활공루의 선방으로 이어지는 좁은 복도가 있다. 복도를 일부러 좁게 해 사람이 교만해지지 않도록 건축적으로 유도한 것이라고 한다. 송암스님은 “복도의 길이는 10m밖에 안되지만 그 좁은 복도를 걸어 선방에 이르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정리되는 것을 느낀다”고 말한다. 선방은 유리블록을 사용, 자연채광이 가능하도록 했다. 정(井)자형의 천정을 스님은 ‘빛의 샘’이라고 부른다.

건물 옥상에는 계단을 따라 오르는 끝에 떡 하니 도솔천으로 향하는 문이 서 있고 풍경이 걸려 있다. 문에는 문틀만 있고 문짝이 없다. 향적당을 건축한 이일훈씨는 “문에 문짝이 없으니 열고 닫음의 구별이 없고 하늘과 땅의 구별이 없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절 경내의 나한전, 수련관인 파라미타(산스크리트어로 도피안이라는 뜻) 수행원, 실버타운격인 파라미타 수량전 등도 파격적인 건축물이다. 나한전에는 최홍원 화백이 현대적 방식으로 그린 나한상이 모셔져 있다. 가건물에 들어있는 대웅전도 언젠가는 재건축할 계획이다. 신라인이 당대의 구도정신과 건축이념을 총 망라해 불국사를 지었듯이 도피안사는 현대인의 구도정신과 건축이념을 담은 21세기의 불국사가 되기를 기원한다.

<안성〓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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