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모나리자는 원래 목욕탕에 걸려 있었다'

  • 입력 2000년 7월 7일 18시 58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철통경비 아래 미소짓고 있는 ‘모나리자’가 20세기초 2년반 동안이나 가난한 화가 출신의 좀도둑 집에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절도범 페루기아는 1911년 8월 경비원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낮시간에 ‘모나리자’를 소매 속에 감추어 유유히 루브르를 벗어났다. 엉뚱하게도 그 절도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것은 당시 파리 예술계의 기대주, 시인 아폴리네르와 화가 피카소였다. 결국 아폴리네르의 비서이자 절도광이었던 게리 피에레라는 청년의 모함극으로 판명되기는 했지만 두 사람이 ‘장물’과 전혀 관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게리 피에레가 루브르에서 훔쳐 선물한 이베리아의 두상(頭像)을 아폴리네르는 겁도 없이 응접실에 진열해 두었고 피카소는 이 장물을 보고 ‘특별한 감흥’을 얻어 적잖은 돈을 주고 사들였던 것. 판사 앞에서 피카소는 성경 속 베드로처럼 “나는 아폴리네르를 모른다”고 주장하여 시인 친구를 절망시켰다니….

영국의 미술전문기자인 저자는 ‘모나리자’와 같은 명작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 명작이 그 예술적 가치 때문에 겪어야했던 사기, 절도, 약탈의 수난사를 추적한 것. 다같은 도둑질인데도 예술품 도둑질에는 명분도 변명도 많다. 대영박물관에 전시된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벽, 밀로의 비너스, 이집트의 로제타석…. 영국 프랑스가 18, 19세기 가난한 그리스 이집트에서 이런 유적들을 챙겨올 때, 명분은 “제 나라에서 제대로 보전되지 못할 예술품을 안전하게 지킨다”는 ‘교양시민의 의무론’이었다.

그러나 대영제국 신민이자 고대 그리스문화의 열렬한 찬미자였던 시인 바이런은 이런 입발림을 단방에 날려버렸다.

“나는 아테네 고대 유물의 절도를 반대한다. 물론 그 유물은 파르테논에 있거나 피카딜리(런던)에 있거나 똑같은 시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유물을 빼앗긴 파르테논과 그 언덕은 시적 감흥을 그만큼 상실한다.”

2세기 전의 그 공방은 한국에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외규장각 약탈도서들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건가? 강주헌 옮김. 241쪽. 8500원.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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