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미술전문기자인 저자는 ‘모나리자’와 같은 명작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 명작이 그 예술적 가치 때문에 겪어야했던 사기, 절도, 약탈의 수난사를 추적한 것. 다같은 도둑질인데도 예술품 도둑질에는 명분도 변명도 많다. 대영박물관에 전시된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벽, 밀로의 비너스, 이집트의 로제타석…. 영국 프랑스가 18, 19세기 가난한 그리스 이집트에서 이런 유적들을 챙겨올 때, 명분은 “제 나라에서 제대로 보전되지 못할 예술품을 안전하게 지킨다”는 ‘교양시민의 의무론’이었다.
그러나 대영제국 신민이자 고대 그리스문화의 열렬한 찬미자였던 시인 바이런은 이런 입발림을 단방에 날려버렸다.
“나는 아테네 고대 유물의 절도를 반대한다. 물론 그 유물은 파르테논에 있거나 피카딜리(런던)에 있거나 똑같은 시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유물을 빼앗긴 파르테논과 그 언덕은 시적 감흥을 그만큼 상실한다.”
2세기 전의 그 공방은 한국에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외규장각 약탈도서들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건가? 강주헌 옮김. 241쪽. 8500원.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