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지역번호 변경 첫날…전국 혼선 우려

  • 입력 2000년 7월 2일 19시 20분


시외 전화 지역 번호 변경 이후 엉뚱한 곳으로 전화가 연결되는가 하면 팩스 연결이 끊어지는 등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는 정보통신부와 한국통신이 전국의 지역 번호를 바꾸면서 번호를 잘못 지정한데다 홍보마저 소홀히 했기 때문으로 전국적으로 큰 불편이 야기되고 있다. 이 같은 혼선은 기업과 관공서가 정상 업무에 들어가는 3일부터 본격화되어 경우에 따라서는 통신 불통 사태 등도 우려되고 있다.

이미 휴일인 2일 지역 번호가 바뀐 사실을 몰라 종전의 지역 번호로 잘못 거는 바람에 한국통신 안내시스템으로 연결되는 전화가 평소보다 50% 이상이나 증가했다. 이러한 사태가 계속될 경우 전화시스템이 다운될 위험도 안고 있다.

2일 한국통신과 본사 각 지방주재 기자 등에 따르면 지역 번호 변경 후 혼선을 호소하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변경된 지역 번호를 모른 채 무심코 예전 번호대로 누를 경우 전혀 다른 번호로 연결될 수 있는 사실이다. 예컨대 0335(경기 용인시)를 누르면 지역 번호가 033인 강원 동해시 500국번대로 잘못 연결될 수 있다는 것. 전남 목포시의 기존 지역 번호는 0631인데 전북의 새 번호는 063이어서 비슷한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잘못 연결될 수 있는 전화는 전국적으로 88개 국번, 80여만 회선이나 된다.

한국통신측은 “기존 전화번호는 지역 번호와 국번 및 고유 번호를 합해 11개 숫자인 반면 새 번호는 광역 번호와 전화번호를 합해 10자리이기 때문에 제대로만 걸면 잘못 연결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마지막 번호를 누를 때 3∼4초를 지체하면 컴퓨터가 10자리만을 인식해 엉뚱한 곳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

또 예전 번호로 시외전화를 걸면 올해 말까지는 안내 방송을 통해 변경된 지역 번호를 안내하지만 비슷한 전화가 폭주하면 전산 용량의 부족으로 제때 안내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한국통신측은 걱정했다. 안내 방송이 한국어로만 나와 외국인들도 큰 불편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팩스는 안내 방송을 감지하지 못해 발신자측이 번호를 미리 바꿔 놓지 않으면 문서 전달이 불가능해져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외전화를 걸 때 082를 눌러야 하는 데이콤 가입자 역시 혼란을 겪기는 마찬가지. 데이콤의 100여만 고객들은 동일 도(道)내에서 시외전화를 걸 때는 082를 누른 뒤 상대방 전화번호만 누르면 되지만 타도 지역으로 전화를 걸 때는 082를 누른 다음 0을 포함한 지역 번호와 상대방 전화번호를 눌러야 한다.

한국통신측은 “이러한 지역 번호 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득이한 지연 접속이 예상된다”며 “변경된 지역 번호 안내 시간이 평소보다 4∼5초간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경되는 지역 번호는 무료 전화 080-100을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새 시스템 도입으로 전체 전화가입자의 45%가 번호가 바뀌게 된다.

<경제부·사회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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