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족 급증]저녁7시∼밤11시전후 두차례 러시아워

  • 입력 2000년 6월 27일 18시 55분


26일 오후 9시. 서울 종로의 한 영어학원. 학원 문을 나선 회사원 박모씨(31·경기 고양시 일산구 주엽동)는 곧바로 인근 PC방으로 향했다. 얼마 전 코스닥에 1000만원을 투자한 뒤 매일 밤 이 곳에서 각 국의 증시상황을 1시간 동안 인터넷으로 체크한다.

10시. 버스에 올랐지만 목적지는 ‘안방’이 아니라 심야쇼핑을 위해 아내와 만나기로 약속한 한 대형할인점 앞. 11시. 부부는 쇼핑을 시작했다.

도시는 더 이상 밤에 잠들지 않는다. 지금 도시에는 밤에도 두차례의 러시아워가 있다. 한번은 7시 전후, 또 한번은 11시 전후. ‘낮에는 일, 밤에는 휴식’이라는 ‘생활리듬’은 깨진 지 이미 오래.

인터넷의 ‘광속(光速)’ 발전은 수많은 젊은이들을 ‘사이버 야행족’으로 변신시켰다. 이들은 매일 밤 온라인 공간에서 채팅과 게임을 즐기고 국경을 초월한 정보의 바다를 ‘서핑’한다.

오프라인의 ‘시간 파괴’도 가히 폭발적이다. 대형 패션몰과 할인점에는 새벽까지 쇼핑나온 ‘올빼미족’들로 문전성시이고 강남의 서울벤처밸리는 밤샘 연구에 몰두하는 벤처기업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이들을 겨냥한 심야 비즈니스는 몇 년 새 종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다양해졌다. 야식집은 옛날 얘기고, 약국 극장 헬스클럽 세탁소 미장원 사무편의점 등 심야족들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업종이 24시간 문을 여는 ‘전일화(全日化)’로 치닫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신현암 수석연구원은 “경제적 요구로 촉발된 시간개념의 파괴현상은 인터넷이 등장함으로써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가속화됐다”며 “심야문화의 확산은 더 이상 물리적인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