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진료체제 힘못썼다]"1339 하루종일 뚜…뚜…뚜…"

  • 입력 2000년 6월 21일 01시 33분


“지금은 응급환자를 접수 처리중이니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우리 병원(국공립) 전공의들도 폐업에 동참하는 바람에….”

의사들이 집단 폐업에 돌입한 20일 정부의 비상진료 대책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들이 “이게 보건 당국이 최대한 가동했다는 비상진료 체제냐”는 원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문을 연 인근 병의원이나 국공립병원 보건소 등을 안내하는 ‘1339 응급환자 정보센터’는 폭주하는 문의전화로 하루종일 몸살을 앓았다. 서울 적십자병원에 위치한 ‘서울 지역 응급센터 상황실’에는 이날 오후까지 8000여건 이상의 전화가 걸려왔다.

응급환자 정보센터 관계자는 “평상시 3명이 교대로 근무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다 자원봉사자 등을 지원받아 60개 회선에 14명이 근무하는 체제로 개편했지만 시간당 1000여건의 문의전화가 폭주, 통화성공률이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토로했다.

점심을 먹은 아이가 갑자기 복통을 호소해 신문 광고를 보고 1339에 전화를 걸었다는 주부 이경희씨(39·서울 양천구 목동)는 “자동응답 서비스로 연결된 뒤 1분30초가 지나자 그냥 끊어졌다”며 답답해했다. 저녁 때는 자동응답 서비스도 멈췄는지 아예 신호만 울릴 뿐인 경우가 다반사였다.

국공립병원을 통해 환자를 돌본다는 정부의 계획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국립의료원 경찰병원 원자력병원 보훈병원 보라매병원 등 5곳의 전공의들이 폐업에 동참하는 바람에 외래환자의 진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국립의료원의 경우 응급실에 공중보건의 10명을 투입하고 전문의 75명을 풀가동했으나 전공의 150명이 폐업에 참여, 환자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서울 시내 각 보건소도 평소보다 2배가 넘는 환자가 몰려들었지만 기초 응급치료만 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공립병원과 보건소 등이 정상적으로 풀가동되더라도 어차피 비상진료체계에는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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