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분쟁조정 사례]車시동 켜둔채 내리다 사고땐?

  • 입력 2000년 6월 11일 19시 59분


평소 가벼운 고혈압 증세를 보였던 보험가입자 L씨(65). 99년 12월 집에서 TV를 보다가 뇌경색으로 사망한 후 부인이 보험금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H보험측 답변은 ‘뇌경색이 고혈압과 무관치 않고 L씨가 병원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았는데도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것.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최근 이 분쟁에 대해 L씨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L씨가 보험계약 전 가까운 보건소에서 측정한 혈압은 140∼90mmHg로 △고혈압 진단의 최저기준치인 데다 △L씨 역시 이를 심각한 질환으로 보지 않아 정밀검사를 받거나 치료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보험사에 알려야 할 중요 사항으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설명.

상해보험 가입자 N씨는 지난해 12월 오르막길 도로변에 차를 세운 뒤 시동을 켠 채 운전석 문을 열고 나오다 갑자기 차가 뒤로 밀리면서 변을 당했다. 두 발을 땅에 내려놓은 상태에서 운전석 문이 담벼락과 압축되면서 운전석 문과 차체 사이에 몸이 끼였던 것.

K보험측은 “두 발이 지면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볼 때 ‘차량탑승 중’인 사고가 아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지만 분쟁조정위는 “시동이 꺼지지 않은만큼 N씨가 차량에서 완전히 이탈한 것이 아니며 차량을 용법에 따라 사용, 즉 운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보험금 지급을 결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차량 운행사고의 범위를 승하차 과정에까지 넓혔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밝혔다.

97년 8월 화상을 입은 K씨는 4개월 동안 치료를 받은 후 뒤늦게 후유장해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선 99년 10월 보험금을 신청했다.

화상치료 직후인 97년 12월 만성기관지협착증과 기관지염이 발병했다는 사실을 알긴 했지만 보험사측이 후유장해까지 보상한다는 사실을 한동안 몰랐던 것. 그러나 보험사는 상법상 ‘보험청구권 등은 2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끝나기 때문에 99년 8월로 지급의무가 끝났다’며 거절.

분쟁조종위는 이에 대해 “신체기능 일부의 장해 여부는 전문가들의 전문적 판단에 의해, 더욱이 경우에 따라선 상당한 기간이 지나야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후유장해 진단을 받은 97년 12월이 소멸시효의 기산일이며 99년 12월까지는 후유장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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