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에릭 홉스봄 著 '새로운 세기와의 대화'

  • 입력 2000년 2월 8일 20시 19분


▲'새로운 세기와의 대화' 에릭 홉스봄·안토니오 폴리토 共著/끌리오 펴냄/209쪽 8800원▲

미국에 노암 촘스키가 있다면 영국엔 에릭 홉스봄이 있다. 현존하는 세계의 비판적 지식인 두어명을 꼽으라면 말이다.

<극단의 시대>를 통해 지난 20세기의 역사를, 그리고 <제국의 시대> <자본의 시대> <혁명의 시대>라는 제목의 3부작으로 지난 19세기의 역사를 개관했던 세계적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 이 여든이 넘은 노대가(老大家)가 전망하는 새로운 세기는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은 이탈리아 신문 <라 레푸블리카>의 런던 특파원인 안토니오 폴리토와 에릭 홉스봄의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다. '전쟁과 평화' '서양 제국의 몰락' '지구촌' '좌파에게 남은 것' '호모 글로발리자투스' '1999년 10월 12일'. 이렇게 6개의 주제에 걸쳐 나눈 대화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에릭 홉스봄의 거시적 안목을 보여준다.

특히나 돋보이는 것은 '세계화'에 대한 날카로운 견해. 홉스봄은 "세계화의 문제는 원천적으로 불평등할 수밖에 없는 세계의 재화를 평등하게 분배하겠다는 무모한 환상"이라고 지적하고 "세계가 부유해질수록 평등한 사회에서 멀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나치게 부풀려 있는 세계화 환상에 대한 노장의 반격인 셈.

21세기 좌파의 의미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는다. 그는 "좌파는 아직도 존재하며, 좌파와 우파의 운명적 대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좌파의 의미가 최근 들어 상당히 변했다 할지라도 좌파의 강령을 있게 해준 이념적 토대인 영국의 명예혁명이 갖는 고결한 의미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

그밖에도 미국주도의 세계질서,인구문제 등 폭넓은 분야에 대한 혜안이 곳곳에 넘쳐난다.

노암 촘스키의 최근작 <그들에게 국민은 없다>를 번역한 강주헌이 한글로 옮겼다. 매끄러운 번역이 이 책의 가치를 한층 높여준다.

김경희<동아닷컴 기자>kik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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