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족 한 아파트서 살기]'집속의 집' 사생활 지켜줘요

  • 입력 2000년 1월 16일 20시 04분


대가족이 한 집에 살 경우 2층집을 구해 세대공간을 층으로 나누는 것은 ‘고전적 방법’. 아파트에 살면서 다른 세대와,혹은 살림을 도와주는 이와 ‘따로 또 같이’ 살 방법은 없을까.

▼가변형 벽체▼

아파트분양가 자율화 이후 분양된 50평형대 이상 대형아파트 중엔 가변형 벽체를 이용해 부모공간과 부부공간, 아이들공간으로 분리한 경우가 많다.

내년 3월 입주를 앞둔 경기 용인시 수지지역 수지LG빌리지 5000가구는 대부분 가변형 벽체가 설치돼 있다. LG건설 박형렬인테리어팀장은 “퇴직후 조용하게 살면서 주말에 아들가족을 맞는 부모세대에게 인기가 높다”며 “벽체만 설치하면 부모와 아들가족의 공간과 동선이 독립적으로 확보된다”고 설명했다. 벽체 안쪽에 부모의 침실 및 서재와 화장실이 들어가게 되는 것. 따라서 안쪽에 위치한 방 2개를 노인들이 좋아하는 한식으로 꾸미는 것도 아이디어.

▼문을 달자▼

맞벌이인 김우진씨(34·경기 부천시 중동)는 작년 여름 49평 아파트에 이사하면서 가족공동의 공간과 부부공간 사이에 여닫이문을 설치했다. 집안일을 도와주는 아줌마와 아이로부터 독립된 부부만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아줌마방 아이방 부엌 거실 등 가족공동의 공간과 안방 및 서재로 된 부부공간이 문 하나로 나뉘어졌다. 문을 설치하면서 만들어진 안방 및 서재 사이의 한평 남짓 공간엔 화장대를 짜넣어 주부의 파우더룸으로 꾸몄다.

인테리어 전문가 이명희씨(참공간 대표)는 “가정부나 친척 등 ‘남’과 함께 살 경우 ‘집속의 집’을 꾸미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파우더룸 대신 간이부엌을 설치해도 된다.

▼부엌도 따로▼

4대가 사는 구훈모씨(61·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복층아파트엔 층마다 화장실과 부엌을 두었다. 의사부부인 아들내외가 노인네들 눈치보지 않고 식사를 준비해 먹도록 하기 위해서다.

구씨는 “함께 식사하면서 정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 바쁜 생활 속에서 아들내외가 식사하고 싶을 때 편안히 먹을 수 있도록 부엌을 따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생각을 바꿔요▼

프라이버시가 필요한 사람은 ‘젊은 부부’. 거실에 TV를 두고 온가족이 모이도록 하는 것은 자칫 그들의 프라이버시를 방해할 수 있다.

차라리 노인방을 TV를 보는 가족방으로 만들거나 거실면적을 줄여 거실을 젊은 부부가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 꾸미는 것도 아이디어. 이명희씨는 “3세대가 함께 살 경우 노인방 옆 베란다를 아이놀이방으로 꾸며 노인공간과 아이공간을 묶어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화장실과 욕실을 따로 마련하는 것은 ‘젊은 주부의 변비’를 막는데 꼭 필요하기도.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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